로컬푸드 농가 레스토랑 ‘나무 달팽이’
깨어있는 한 사람의 가치관은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과 마을을 바꾼다. 문화를 창조하고 소통함으로써 활력을 불러일으킨다. 옥천에서 문화예술공간 ‘바움(BAUM=나무)’을 운영하는 전희관(54)·이정미(50) 부부의 남다른 교육관과 생활철학은 특별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들이 가치를 둔 자연친화적인 삶은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르게 호흡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기에 충분하다. 문화예술공간 ‘바움’에서 지향하는 운영방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부부의 귀농
디자인과 미술을 전공한 전희관·이정미 부부는 2002년 대전에서 귀농했다. 어린 두 자녀가 도시가 아닌 자연 속에서 마음껏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랐다. 10년간 다니던 직장생활을 접고 선택한 곳이 전희관 대표의 고향인 청산이다. 전 대표는 어린 시절 뛰어놀던 청산의 산과 들, 보청천에서 수영하고 썰매 타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었다. 자연 안에서 성장한 그는 자연과 함께했던 모든 기억이 정신적 힘이고 자산이라고 생각했다. 자녀들에게도 자신이 가진 추억을 선물하고 싶었다. 도시에서 성장한 아내도 선뜻 이러한 뜻에 공감했다. 부부의 뜻이 일치한 것이다.
부부는 예곡리에 있는 폐교에 ‘자연미술학교’를 만들었다. 자연을 체험하며 미술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매달 1회 대전과 수원 등 외부에서 체험객들이 방문했다. 6년 동안 이끌어오다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귀촌인들과 함께 품앗이 형태로 운영체제를 바꿨다. 품앗이 교육은 각자의 재능을 가진 부모들이 함께 자녀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형식으로 돌아갔다. 이러한 활동은 지역인재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문화의 장이 되며 삶의 활력소가 되었다. 지난 2011년에는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최우수교육농장으로 선정됐다. 이후 2015년 옥천읍 마암로 125-16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농가 맛집 ‘나무 달팽이’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나무 달팽이’
로컬푸드 농가 레스토랑인 ‘나무 달팽이’는 1층 건물이다. 넓은 창으로 나무와 꽃들이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전해준다. 자연 속에서 건강하고 소박한 느림의 삶을 살고자 하는 예술인 농부들이 직접 생산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든다. ‘농사는 예술이다’는 철학을 가진 그곳 ‘나무 달팽’이에서의 주메뉴는 수제돈가스다. 돈가스 소스와 양배추 고추를 섞어 만든 장아찌 맛이 일품이다. ‘나무 달팽이’는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상징하는 ‘나무’와 천천히 먹자는 슬로우푸드의 상징인 ‘달팽이’를 조합해서 만든 브랜드로 건강하고 소박한 느림의 삶을 살아가려는 부부의 인생철학이 그대로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곳에는 부부의 손길이 닿은 미술· 공예 작품이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체험을 위한 예약 및 문의는 043-731-5345로 하면 된다. 프로그램 체험비용은 5천 원에서 3만 원 사이다. 연간 예술학교도 운영하고 있어 염색이나 직물 디자인, 생활 공예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문화예술공간 ‘바움’
-자연예술학교는 1년 프로그램으로 인성과 감성의 기본 틀을 세워가는 과정이다. 예술 활동과 자연활동에 기반으로 한 창의성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행복중심 공동체 교육이다. 공예, 디자인, 사진, 영화(예술활동), 숲체험, 여행, 원예(자연활동), 지식, 경험, 물건, 공간(공유활동), 컬러테라피, 생명테라피(치유활동) 교육을 실시한다.
-바움 교육 농장은 문화예술공간 바움의 예술 작가와 나무달팽이 세프의 콜라보레이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건강한 한 끼 식사와 마음 회복을 위한 치유 프로그램이 있다. 햄버거 스테이크 혹은 웰빙 샌드위치를 먹고 천연 염색 실크 스카프, 에코백, 앞치마 만들기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염색공예, 직조, 목공, 도자기를 하는 공예 Class와 제철요리, 베이킹, 과학요리를 진행하는 요리 Class가 있다.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은 나를 발견하고 나를 찾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분야별 전문가의 특화된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으로 청소년들의 꿈을 찾는 데 일조한다. 색의 마술, 음식 이야기와 주제를 선택한다. 스타일리스트 혹은 여행작가와의 진로체험을 탐색한다. 천연염색, 요리, 패션창작과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한다. 디자인, 공예, 사진, 영화로 예술 체육 교육을 실시한다.
△또 다른 교육
전희관·이정미 부부는 2017년부터 4년째 충북문화재단에서 주관하는 ‘꿈다락토요문화학교’에 선정. 4년째 옥천지역 아이들에게 교육을 해오고 있다. 가족 단위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천연염색, 자연물 가지고 만들기 수업, 풀 뜯어 액자 만들기, 재활용 리폼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전희관 대표는 “학원교육에 길들여져 있던 아이들이 쉬는 시간이 되면 초조해하면서 노는 방법을 잃어버렸다”며 “노는 것이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들과 같이 수업을 해보면 결과물을 내야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풀밭에서만 놀 수 있는 방법도 수십 가지”라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얼마간 거리를 두고 믿고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부는 “앞으로 교육사업과 관련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예정”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