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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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1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4.07.25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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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 반려견이란 이름에 익숙하지가 않다. 애완견이 언제부터 반려견으로 신분이 바뀌었는지도 잘 모른다. 그만큼 애완견에 관심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사실은 그 반대다. 나도 애완견에게 관심이 많았고 귀여워하기도 누구에게 빠지고 싶지않다. 난 애완견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을 다 귀여워한다.

소도 귀엽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덩치가 개하고 상대가 안되는 소가 귀엽다면 어울리지 않는다. 한데 소도 엄청 귀여운 동물이다. 풀만 먹는 소는 순한 동물이다. 그 큰 덩치의 소가 사람에게 고분고분 순종을 하고 두려워하는 걸 보면 바보스러운 게 아니고 귀엽단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지금은 소 팔자가 상팔자가 되어 편안하게 할 일도 없이 빈둥대며 주는 사료나 먹고 살만 찌우다 값비싼 고기나 주고 가면 끝이다. 그리고 농가마다 키우는 게 아니고 대규모 축사에서 대량으로 사육되고 있다. 옛날엔 농가마다 이 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고 한 가정에 중요한 재산이었고 한 식구였다.

이 소가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주고 등때기를 두드려 주면 엄청 좋아한다. 저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이 나갔다 들어오면 움직이는 대로 눈망울이 따라 다니기도 하고 음메 소리를 내어 먹이를 달라고 하기도 한다.

몇 백 킬로가 나가는 소도 들 수가 있다는 농담이 있다. 어린 송아지 때부터 매일 한 번씩 들면 커서도 든다는 얘기다. 어제 든 소를 오늘 못 들 리가 없고 내일도 못 들 리가 없기 때문이다. 송아지도 어려서부터 귀여워하고 손을 태우면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른다. 여름날 웃통을 벗고 마당에 앉았으면 와서 껄끄러운 혀로 등짝을 핥는다. 소 혀는 사포보다도 더 껄끄럽다.

거친 풀도 먹어야 하는 소 혀는 억세고 껄끄러워야 할 것이다.

큰 소가 핥으면 아마 피부가 벗겨질 것이다. 어려서부터 사람의 손을 타고 귀여움을 받은 송아지는 강아지처럼 따라 다닌다.

모든 동물은 나름대로 다 귀엽다. 그중에서 영리하고 충성도가 높은 개가 애완동물의 최고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나도 애완견이라며 껌뻑했었다. 개를 좋아하면서도 보신탕도 엄청 좋아하고 그러다 그걸 딱 끊은 지가 30년은 되는 것 같다.

우리 집에서 기르던 개를 팔았는데 그걸 보신탕 하려고 도살한  걸 보고는 보신탕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여럿이 보신탕집을 할 수없이 가게 되면 난 꼭 삼계탕을 먹었다.

개도 오랫동안 길렀지만 아끼던 녀석이 병으로 죽고부턴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그 녀석 주검 앞에 맹세를 하곤 지금까지 개를 들이지 않고 있다. 평생 너만 생각 하겠다. 약속하고 지금까지다. 개를 기르면 털이 날리고 그 불편함이 싫다. 배설물에 파리가 들끓고 장마철이 되면 정말 대책이 없다. 

어떤 분들은 물 호스로 전부 하수구로 씻어 내리기도 하지만 그것도 환경오염에 한 몫 하는 셈이다. 마당에 개를 매달아 놓으면 짖는 소리로 이웃에 많은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옛날엔 집집마다 동네마다 개 짖는 소리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증거이고 동네서 활력에 넘쳐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한데 지금은 그게 한낱 소음에 불과하다.

이제 나도 시류에 따라 지금부턴 반려견으로 부르겠다. 요즘엔 산책길에서나 큰길에서도 반려견을 데리고 다니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귀여워서 좀 관심을 보이면 허연 이를 드러내고 사납게 대드는 게 있다. 그럴 땐 어른인 나도 놀라는데 아이들은 더 놀랄 것이다. 거리에서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 

반려견이 있으면 여러 가지로 불편함이 따른다. 며칠 여행이라도 가려면 집을 비우기가 힘들다. 그리고 꽤 부지런해야 한다. 방에서 같이 생활하려면 더욱 부지런해야 한다. 반려견 때문에 부지런 해 진다면 좋은 면도 있긴 하지만. 한데 반려견을 기르려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가끔 버린 건지 제 발로 나온 건지는 몰라도 꾀죄죄하게 나도는 개들이 눈에 뜨인다. 설마 일부러 버리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걸 일부러 버린다면 내 가족을 버리는 꼴이다.

반려견을 키우며 적적함을 달래고 위안을 받는다면 좋은 일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는 것이 아니라면 긍정적인 면이 더 크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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