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읍에 사는 김미영 씨(가명)는 요즘 근심이 많다. 자녀의 진로 문제 때문이다.
김 씨의 자녀는 중학교 3학년인 딸이다. 중학교 내내 공부를 제법 잘해왔다. 반에서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성품도 순하고 착했다. 이런 자녀가 김 씨에게는 인생의 유일한 낙이자 즐거움이었다. 물론 방과 후 대전에 있는 유명하다는 모 학원으로 김 씨가 자녀를 부지런히 출퇴근(?)을 시켜준 노력이 한몫하기도 했다.
자녀의 고등학교 입학 문제가 다가왔다. 김 씨는 옥천에서 1등을 한 자녀를 보다 큰 도시에 있는 청주에 입학시키기로 했다. 소위 큰물에서 놀게 해주고 싶었다. 그의 자녀 역시 ‘도전’해 보고 싶다고 했다. 서울까지는 몰라도 세종이나 청주 정도(?)는 공부나 생활면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드디어 청주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자녀가 입학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고등학교였다. 김 씨의 어깨가 한껏 올라갔다. 자식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달래기 힘들었다. 지인들 불러 모아 식사대접하며 넌지시 자식 자랑도 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고교 입학 한두 달만에 자녀의 얼굴빛에 어두웠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지만, 갈수록 심상치 않았다. 성적도 기대했던 것과는 너무도 차이가 났다. 친구 관계도 원만하지 않은 것 같았다. 길거리에서 굴러가는 돌멩이만 봐도 ‘깔깔~’거리며 웃음이 넘쳐야 할 나이에 발걸음이 무겁고 어깨는 ‘축~’ 처졌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었다.
담임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종합해 보니, 자녀의 청주 고등학교 ‘도전’은 실패에 가까웠다. 일단 밥만 먹고(?) 공부만하는 아이들과 직접 경쟁을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차이가 많았다. 경쟁자들이 다니는 학원, 참고서 또 직접 지도해주는 특별 선생들 등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정보를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노력 이외의 것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은 중학교 출신 아이들끼리 똘똘 뭉쳐다녔다. 김 씨의 자녀가 낄 틈이 없어보였다. 떡볶이 먹는 여고생의 낭만? 그들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다.
한 학기가 끝나갈 무렵 김 씨는 자녀와 함께 다시 한 번 결단을 해야만 했다.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로 돌아가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이었다. 태어나고 자란 옥천 고향에서 불편했던 마음을 다시 잡자고 했다. 그것을 토대로 대학 입시에선 더 큰 물인 서울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 측에서 김 씨의 자녀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옥천을 떠나 타 지역에 지원했다가 부적응 등으로 다시 돌아오는 경우, 옥천 전학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철저할 줄은 몰랐다. 고향인 옥천에 머물며 다시 고교 생활을 하겠다는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이 왜 안 되는가?
위와 같은 경우가 매년 발생하고 있다. 금년에도 3건이 된다. 중3 학생이 타 지역 고교 진학 후, 옥천으로 다시 전학하는 소위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을 찬성해야 할까 아니면 반대해야 할까?
옥천 전학, 찬성한다
“청소년에게 진학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인구 증가를 위해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찬성의 주장들을 먼저 살펴보자.
학생에게 큰 도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학생 자녀가 정말 공부를 잘한다면 그에게 보다 큰 곳에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독자 제위의 자녀들이 이와 같은 상황에 놓였다면 어떻게 하시겠나?
자녀에게 “너는 옥천의 인재이니, 죽이 되든 밥이되든 옥천에서 무조건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해야한다”라고 말하겠는가? 언필칭 ‘옥천의 인재’ 운운하며 꿈 많은 16세 어린 청소년의 인생 기회를 발로 차버리겠는가? 나의 자녀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도전이 꼭 성공이라는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그 도전에 실패한 아이는 옥천의 자녀가 아닌가? 실패한 성적표라고 해서 남의 자식 취급해서야 되겠는가? 반대로 큰 도시 고등학교에 잘 적응한 아이는 옥천을 버리게 될까? 그의 고향은 변함없이 옥천이다.
성공이나 실패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 아이가 어른이 되면 모두 옥천 출신이라는 명함을 갖게 된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문의 회원이 된다. 모두 우리 아이들이다. 그 아이들에게 진학에 대해 맘껏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논리다.
그 다음 인구문제다. 옥천의 인구가 줄고 있다는 말은 이제 뉴스(news)가 아니다. 옥천만이 아닌 온 나라의 걱정거리다. 옥천 인구가 6만명에서 5만명으로 줄었다가 최근 그 5만명 선도 무너졌다는 전언이다. 한 명의 인구라도 귀한 절박한 상태다.
이는 옥천의 기관장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황규철 옥천군수도 본지(428호)와의 인터뷰에서 “인구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며 “옥천이 인구소멸 지역이라는 꼬리표를 지워버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곽상국 이장(삼청리, 옥천읍이장협의회 회장) 역시 본지(432호)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을 인구 증가를 이장으로 첫 번째 목표”라고 “이는 (옥천) 마을의 존립 문제”라며 강조했다.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을 통해 학생 한 명이 옥천으로 돌아오면, 그 학생은 물론 부모 등 최소 3명 이상이 옥천을 떠나지 않고 머물게 된다. 떠나야 할 인구가 머물게 되니 그 효과는 배가가 되는 셈이다. 10명의 학생이 이런 상황에 놓여 다시 옥천에 머물게 된다면 옥천 인구 60명 이상이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낳는다.
옥천의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 이 부분을 심도 있게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옥천 전학, 반대한다
“위화감이 발생된다. 학생들끼리 또한 학부모 사이”
“대학에 떨어지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제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을 반대하는 경우다.
먼저 위화감(違和感)의 문제다. 다시 돌아온 학생으로 인해 학생들 간 위화감, 즉 ‘조화되지 않은 어설픈 간격’이 발생되기 쉽다. ‘잘난 체하다가 실패하고 돌아온 애’, ‘도시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 시골 애’ 등의 취급으로 인해 공동체에 금이 갈 수 있다.
감수성이 민감한 청소년 나이의 아이 입장에서 서로 간에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 그런 위화감은 또한 학부모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옥천의 고등학교가 도시에서 실패한 아이들의 뒤처리 학교냐’, ‘누구는 도전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냐’는 식의 반응이 나올 수 있고, 해당 학부모도 ‘그게 어떠냐’는 등의 강짜를 부릴 수도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불화의 단초가 된다.
또한 다시 돌아온 학생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에서 1등 하는 학생이 타 지역으로 떠나면 그 자리엔 새로운 1등이 앉게 된다. 단순히 1등이라는 하나의 자리만이 아니라 1등급에 해당하는 자리도 하나가 더 누군가에 의해 채워진다.
등급은 대학 입학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틀이 옥천으로 돌아온 학생 한 사람으로 다시 깨지게 된다. 1등급에서 밀리게 되는 학생이 발생되고, 심지어 그로 인해 누군가는 대학에 떨어지게 되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차라리 만약 그 1등 학생이 옥천을 떠나지 않았다면 2-4등의 학생들은 그 위치에서 나름의 대입 전략을 세웠을 것이다. 심지어 타 지역 (전기)고교 지원에서 탈락한 후, 옥천 지역 (전기)고교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강짜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무조건 해달라고 우긴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두 학교 모두 전기 고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후기 고교를 알아봐야 한다. 돌아온 학생으로 인해 모든 게 혼돈을 일으키게 된다.
김인권 교육장도 ‘반대’를 명확하게 밝혔다. 제일 큰 이유로 ‘인재 유출’, ‘위화감’ 등을 언급했다. 그는 굳이 또 외부로 진학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옥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녀도 충분히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며 “지난 해 옥천 소속 고3 학생들이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A급 대학에 38명이나 입학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국공립대학, 거점대학까지 포함할 경우 70여 명이 좋은 대학에 갔다고 강조했다.
옥천에서도 충분히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이다. 공부는 학생과 학부모의 강력한 의지에 달려 있고, 인터넷을 통한 훌륭한 영상 강의 등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자료가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따라서 단순히 모 고등학교가 좋다는 소문으로 그곳에 진학하는 것은 ‘실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해 매년 9월경,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 측은 각 중학교를 찾아가 입시 설명회를 갖는다. 가능한 대로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있다.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를 통해서도 충분히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다며 자료를 근거로 홍보하고 있다.
따라서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이 안 되는 줄을 몰랐다는 핑계는 설득력을 잃게 한다. 이렇게 철저하게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년의 경우 지금까지 3명의 학생이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을 신청을 했다는 보고다.
것을 허용할 경우, 고교 진학 및 행정에서는 대혼란이 일어날 게 뻔하다는 게 교육계의 보편적인 판단이다. 그런 점에서 옥천군뿐만 아니라 몇몇 군의 교육계에서도 ‘백투스쿨(Back to school)’은 불허하고 있는 상태다.
처음 질문을 다시 언급해 보자. 중학생인 내 아이가 공부를 아주 잘하고 있다면, 그의 고교 입학 진로를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옥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시킬 것인가 아니면 좀 더 큰물에서 뛰어놀라며 타 지역으로 갈 것인가. 또한 ‘백투스쿨(Back to school) 옥천’ 찬성인가 반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