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배우의 길을 걷다…13인의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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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의 길을 걷다…13인의 일탈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8.29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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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청사’의 시민배우 프로젝트
주민 13명 참여, 연극 ‘산불’ 올려

주부, 학생, 회사원, 자영업자, 공무원 등 옥천주민 13명이 연극무대에 섰다. 모두 첫 무대다. 연극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시민배우들의 무대인 셈. 이들은 지역주민들의 꿈을 이루어주고 싶다는 한 연출가에 의해 연극 단원으로 무대에 서게 된 것. 지난 2달간 쉬지 않고 달려왔다고 했다. 꿈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눈빛은 빛났다. 그 길이 아무리 힘들고 고단해도 얼굴에는 환한 빛이 가득했다.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뛰는 감정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하는 옥천의 시민 배우들을 만났다. 또한 일상에 매몰된 꿈을 꺼내주기 위해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연극무대’를 올리기까지 열정을 다한 이은희 연출가와도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옥천 상주연극단체 ‘청사’의 즐거운 프로젝트
‘여러분의 꿈을 이뤄 드립니다. 배우 모집합니다’라는 공지가 나간 20일간 5명의 신청자가 있었다. 5명 모두 여성이었다. 이번 연극을 기획한 이은희 연출가는 5명에 맞는 작품을 선정하고 극을 진행해 나갔다. 하지만 5명이 같이 하고 싶은 이들을 추천하면서 시민배우는 13명이 되고 작품도 다른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2달간 연출가와 단원들의 열정적인 연습 기간을 거쳐 연극 ‘산불’ 상연을 4일 앞둔 지난 24일 주말 임에도 불구하고 단원들과 이은희 연출가는 무대를 직접 꾸미며 준비에 한창이었다.
‘청사’는 33년 된 극단으로 옥천에 상주연극단체다. 이은희 연출가는 청사의 부대표다. 4년 동안 옥천에 상주단체로서 군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 한때 연극에 대한 꿈을 가졌지만, 생업 때문에 못한 분들이 있을 거라 생각,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연극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하게 되었다. “처음에 15회 연습으로 큰 작품이 되겠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모두들 열정적이고 자발적으로 연습에 임했다”며 “마음이 늘 옥천에 와 있었고 열심인 시민배우들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원면에서 진행된 ‘3·1 만세 운동’ 연출을 맡아 잠시 도움을 준 적이 있었는데 면민들이 너무나 적극적이어서 그때의 경험이 군민들과 함께하는 연극도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을 하게 되어 추진한 것이라고.

△지역주민 시민배우 되다
여섯 살 딸아이가 대사를 다 외울 만큼 연습했다는 조현미(옥천읍·37) 씨는 “평소 연극에 관심이 있었는데 군민을 대상으로 연극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다”며 “처음에 가졌던 두려움은 연습을 통해 극복하고 열정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준 이은희 연출가에게 감사를 전했다.
박보용(동이면·48) 씨는 중학생 아들(백광수·16)과 함께 참여했다. 아들과 엄마가 나란히 무대에 선 것. 박 씨는 “아들에게 학교 공부 외에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진로체험 기회가 되었을 것”이라며 “아들과 더 친해질 수 있었고 엄마의 다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기뻐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이런 경험이 확산되고 우리 지역에서 문화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더 다양하게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옥천민요연구회 회원인 임숙녀(옥천읍·57) 씨는 “민요를 하면서 어르신들만 만났는데 평소 하고 싶었던 연극을 하면서 젊은층과 소통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고 이은희 연출가의 지도력과 열정을 함께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은희 연출가.

△연극 ‘산불’이 올려지기까지
지난 28일 문화예술회관에서는 한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극작가 차범석의 희곡 ‘산불’이 상연됐다. 이번 공연은 ‘2019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사업’으로 옥천군에 상주하고 있는 극단 ‘청사’의 옥천군민을 위한 퍼블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된 것.
특히 이번 연극은 출연진 14명 중 전문 연극인 1명을 제외한 13명이 모두 군민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공모를 통하여 선발된 배우들은 지난 5월부터 매주 두세 차례씩, 퇴근 후 연습이라는 고된 스케줄을 소화해 극을 올려 더욱 뜻깊었다. 결석률 제로에 가까운 연습은 상연 시기가 다가올수록 횟수를 늘려 완벽을 기했다.
이번 작품은 한국전쟁의 아픔과 분단의 비극을 한 마을에 축약시켜 사실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공비의 소굴에서 탈출한 전직교사 규복이 마을에 숨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황수섭 문화관광과장은 “이번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분들이 즐겁고 친숙하게 문화예술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많은 주민들이 공연장을 찾아주셔서 생동감 있는 문화체험의 장이 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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