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 기타를 처음 접한 이낙순(71) 강사는 교사로 재직할 당시에도 음악 수업시간이면 옮기기 어려운 오르간 대신 직접 기타를 들고 수업을 진행할 정도로 음악에 열성적이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그네들이 힘들 때 마음껏 쉬어 갈 수 있다는 뜻의 ‘느티나무’를 자신의 닉네임으로 정했을 정도로 이타적인 삶을 추구해왔던 그는 퇴직 전부터 봉사에 대해 생각하곤 했다. 원래는 음악보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그였지만 “그림은 혼자 작업하는 것이다. 기왕 봉사하려면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 수업을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퇴직 후 본격적인 제2의 인생 시작을 위해 음악 학원에 등록한 후 기타 연습에 매진하며 봉사할 곳을 물색했다.
동이면 주민자치프로그램에서 첫 기타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이후 평생학습원 두드림 강좌·이원면 주민자치프로그램·충북도립대·옥천문화원·안남면 배바우도서관 등 옥천 각지에서 기타 선생님으로 활약한다. 그러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하게 된 그는 현재까지 복지관에서 강의를 지속하며 노인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 한 그는 복지관 강의 시간에 단지 기타 강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비로 구입한 오디오 인터페이스, 노트북, 마이크 등을 가져와 앨범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체험하게 한다.
복지관에 정착해 봉사를 시작한 그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옥천 관내 여러 곳에서 수업을 진행해 온 까닭에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군민에게 그의 강의가 유명해져 있었다는 것. 강의에 참여하려면 일정 나이 이상이 돼야 하는 복지관에서만 수업을 진행하게 되니 그의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30대부터 50대까지의 학생들이 눈에 밟혔다. 결국 그는 복지관과 협의 끝에 수업에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젊은 사람들 몇 명을 초청해 수업을 이어 나갔다. 그러자 수업 내 변화가 생겼다. 원래 수업을 듣던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의 초청 이후로 더욱더 활력 넘치게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이에 이 강사는 “노인 복지는 돈(재정지원)이 전부가 아니다. 노인들과 젊은 사람이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진정한 복지다”고 역설했다. 노인들에게 다달이 나오는 연금도 중요하지만, 소통의 창구를 마련해 세대 간의 격차를 극복하고 노인들이 홀대받지 않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현재 71세지만 기타, 그림,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누는 데 여념 없는 그는 “나는 봉사할 때 정말로 행복하다. 모두가 함께 웃는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