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겨다 심은 종려나무 밑에 비뚜로 선 장명등, 카페 프란스에 가자… 정지용 시인의 ‘카페 프란스’와 옥천 향수 100리길 버스 정류장 ‘스테이션’이 만나 고즈넉한 한옥 카페가 됐다. 전국 각지에서 여유를 좇아 들르는 카페 프란스테이션의 대표 엄정하(31) 씨를 만났다.
맛있다는 한마디에 다음날까지 마음이 들떠요.
프란스테이션의 대표메뉴는 비프스튜와 포켓샐러드다. “피자는 도우부터 모든 과정을 손수 만들기 때문에 많은 분이 찾아주세요. 시그니처 메뉴는 비프스튜와 포켓샐러드입니다. 헝가리식 스튜는 생소하실 수 있는데 토마토 베이스에 우리나라의 사골처럼 각종 야채와 토마토소스, 소고기를 넣고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낸 음식이에요. 취향대로 빵을 찍어 드셔도 되고 먼저 피자를 한입 드시고 스튜를 떠먹어도 잘 어울린답니다. 스튜는 여름을 제외한 계절에만 판매하고 있어요. 포켓 샐러드는 포켓 빵에 각종 채소와 소고기를 곁들인 음식으로 샌드위치처럼 간편하게 드실 수 있어요. 제철 과일이나 새싹을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답니다. 저희 음식이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행복해서 다음 날까지 마음이 들뜨는데 그만큼 제 일을 사랑해요.”
중대형견도 입장이 가능합니다.
프란스테이션의 터줏대감은 비 오는 날 버려진 고양이 ‘레인’이다. 장마가 한창 시작되던 어느 해, 쓰레기 매립장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묶여 있었다고. 이름 없던 고양이는 엄정하 씨의 품에서 한옥 카페의 마스코트가 됐다. 레인과 새끼 고양이 삐용이는 카페 마스코트를 은퇴하고 엄 씨의 집을 지키고 있다. 대형견 견주이기도 한 엄정하 대표는 실내 공간 입장에 제한이 많은 중대형견 견주들의 마음을 이해한다며 애견동반카페 프란스테이션을 설명했다. “저도 대형견을 키우지만 중대형견은 소형견에 비해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요. 서울에 살 때는 늘 저희 개와 브런치 카페를 방문했지만, 지방의 애견동반카페는 개의 겉모습만 보시곤 거절하는 곳이 많았어요. 그 한계를 극복하고자 중대형견까지 동반할 수 있는 애견동반카페를 추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카페의 칭호처럼 옥천군을 홍보하고 지역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시도였죠. 반려견을 위한 잔디광장을 만들고 견주님들을 위한 휴식 공간도 구상하고 있어요. 저희 카페의 경우 다른 대형카페처럼 화려한 공간은 아니지만 편한 마음으로 시간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는 강점이 있습니다.”
애완견이 출입 가능한 카페에서 다른 이용객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카페에 입장한 반려견은 반드시 리드줄을 착용하고 마킹을 하는 반려견은 매너벨트가 필수다. 다양한 견종이 모이는 만큼 강아지들끼리 친구가 되기도, 견주들의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반려견이 즐기는 공간, 엄 씨는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떠올리며 새로운 페이지를 채워나간다.
가족과 함께 이겨낸 순간들.
자신 있는 메뉴에 대한 물음에 엄정하 대표는 사실 다 자신이 있다며 웃어 보였다. 맛의 비결은 가장 솔직한 사람들, 바로 가족들의 피드백이다. 엄 대표의 가족은 까다로운 기준으로 다소 냉철한 피드백을 들려준다. 때로는 자존감이 떨어질 때도 있지만 가족들에게 인정받을 때면 다른 분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며 덧붙였다. “힘든 순간이면 가족들이 힘이 되어줘요. 부모님과 같이 일을 하거든요. 본업이 있으신 아버지도 자주 와주시고 저희 새언니도 조카가 태어나기 전까진 일을 도와주셨어요. 사랑하는 가족 중에서도 가장 든든한 건 저희 신랑이죠. 힘든 일들을 묵묵히 들어주는 최고의 리스너(listener)거든요. 처음 가족 사업을 하게 된 것도 가족들과의 친밀함 덕분이었죠.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프란스테이션에서 고단했던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엄 대표는 어린아이들까지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대접해드리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방문해주신 분들이 웃으며 돌아가실 수 있도록 늘 노력합니다. 신조가 있다면 초심을 잃지 않는 것, 재료를 아끼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윤을 줄이더라도 좋은 재료를 선택해야죠. 제가 가진 완벽주의(결함이 없이 완전함을 추구하려는 태도) 성향이 스스로 욱죄이는 순간도 있지만, 오히려 작은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엄 대표가 바라는 이상적인 프란스테이션의 모습이 있다. 여유를 찾지 못할 때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 엄 대표의 소망대로 혼자 카페를 방문하는 손님도 적지 않다. “저희 프란스테이션을 찾아주시는 분들께, 이곳에서는 조금 천천히 흘러가도 좋으니 고단한 마음은 잠시라도 내려놓으셨으면 하는 마음을 전합니다. 따스한 봄날이 오면 군북면 소정리의 벚꽃길을 구경하시고, 저희 프란스테이션을 기억해주세요. 늘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