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에는 에코 백(eco bag)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단순하면서도 왠지 친근감이 느껴지기에 책 몇 권과 소품을 넣고 다니니 간편하다. 또한 상점에서는 비닐봉지 값을 받기에 폐현수막으로 만든 장바구니용 가방을 주머니에 넣고 가서 물건을 담아 오면 편리해 자주 사용하게 됐다. 몇몇 단체의 행사에 가서 받아 온 에코 백이 대여섯 개쯤 됐다. 며칠이 지나고 모처에 특강을 부탁받아, 책이며 자료를 찾고 에코 백을 찾으니 하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전에 사용하던 가방에 넣고 다녀왔다. 아내에게 물으니 이웃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잘했다고 하면서도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나누어줬다는 말에 내심 속상했었다. 다행히 며칠 후 모 단체에서 에코 백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어쩌다 동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약방에서 약을 받을 때 부피가 작으면 주머니에 넣고 오지만 좀 많은 분량의 약은 손에 들고 오기가 불편했었다. 가방도 없이 시장에 들러 물건을 사고 포장 안 된 물건을 들고 오기도 그렇다. 그나마 여자들은 가방을 들고 다니기에 덜 하지만 남자들은(특히 여름철에) 주머니에 들어가지 못하는 물건을 들고 오기가 어색하다. 1회용 봉투 무상제공도 금지되었으니 더욱 난감하다. 1회용 비닐봉지 무상제공금지의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고는 있지만, 골목길에 나서면 바람에 날리는 것이 비닐 쪼가리들이고. 폭우 후에도 냇가의 풀과 나뭇가지에는 비닐 등이 걸려있어 보기에 흉하고 처리하는데도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잘 썩지도 않기에 오래전부터 비닐에 대한 피해를 말하고 왔지만, 그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사용 안 할 수 없는 약점이 있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옥수수 전분을 활용해 100%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포장재를 제작해 농산물 포장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100% 옥수수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포장재는 수개월 내 자연 분해되어 환경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모든 비닐 포장재를 대신했으면 좋겠다.
‘장바구니 사용’ 캠페인도 늘 있어 왔다.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편리함에 젖은 게으름은 아닐까? 요사이는 아내가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 오라면 에코 백을 들고 간다. 넣기 쉽고 들기 좋고, 보기도 좋다. 이젠 약방에 갈 때도 작은 손가방을 챙기고 가는 버릇이 들었다. 몇 번의 불편함을 이기니 자연스럽게 버릇이 됐다.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합성수지 계통이다. 분리수거도 하지만 관광지나 고속도로 휴게소의 쓰레기통에는 비닐과 잡쓰레기가 뒤섞여 버려지는 경우를 자주 본다. 당장의 귀찮음이 우리의 환경을 병들게 하고 있다. 특히 연휴 후 각 지방자치단체는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 수거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시장에서 물건을 사다 보면 “친환경 제품, 자연산 제품”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오염시킬 때는 언제고 자기 입으로 들어가는 식품만 자연산을 먹고 싶은 이기적 욕심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나만 편하자고 하는 일이 나에게 화가 되어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고 에코 백을 사용하듯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 모습을 실천해 갔으면 좋겠다.
추석이 온다. 극심한 더위를 이겼다.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보름달 만큼 환하게 웃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에코 백을 들고 추석 장을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