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TV(65인치) 1대가 안남면 서대리 마을회관에 설치됐다. 10여 명의 마을 어르신들이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TV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어르신들이 보기에 너무 작아서 불편했었다. 이제 시원하게 큰 TV로 즐거움을 더욱 크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안남면 서대리 향우회(회장 정희문, 총무 차봉준)에서 약 110만원을 들여 대형 TV 1대를 마을회관에 설치했다. 서대리 향우회는 약 35년 전 고향을 떠난 이들에 의해서 세워졌다. 고향을 잊지 말고, 고향을 위해 봉사하자는 마음 때문이었다.
“젊어서 고향을 떠났다는 게 왠지 미안하고 또 어르신들에게 죄스러운 마음도 들어서... 이곳은 저희의 고향이잖아요. 저희 어머니는 물론, 아직도 그때 그 어르신들이 살고 계시고 있구요. 고향을 돌아보고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는 게 당연한 일이죠. 그러한 차원으로 향우회를 만들었고 지금은 제가 총무로 열심히 섬기고 있습니다.”
차봉준 씨(63)는 현재 서대리 향우회 총무다. 마을의 애경사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서 일을 돕는다. 35년 전 200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현재는 50여 명으로 줄었다. 대부분 어머니 아버지 같은 어르신들이다. 그들의 사소한 불편함까지 찾아가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직장을 찾아간 것이긴 하지만, 젊어서 고향을 떠난 게 줄곧 마음에 미안함으로 남아 있었다.
얼마 전 마을회관 외벽에 대형 시계도 설치했다.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알 수 없다는 불편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2시간에 1대씩 버스가 오간다. 대형 청소기도 마련해 놓았다. 또한 대전시에 계신 한의사 한 분을 모셔 와 마을 어르신 전체 침술 치료는 물론 한약 처방까지 내리게 한 적도 있다. 매번 어버이날 때는 향우회 회원 전체가 고향에 모이려고 힘쓰고 있다.
향우회는 약 35년 전 정종탁 씨(현 노인회 총무, 초대 향우회 회장)에 의해 시작됐다. 한 어르신의 장례를 치르면서 ‘고향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시 고향을 떠난 젊은 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였다.
처음 10여 명이 뭉쳤다. 향우회 회원은 현재 19명이다. 한 때는 30명까지 늘었던 적도 있다. 회비 월 1만원 씩 모아 고향을 위해 사용하자고 했다. 그동안 마을 애경사에 1,700만원을 지출했다. 마을회관 준공 때 100만원, 매년 어버이날 행사에 50만원 씩 총 700만원을 사용했다.
정종탁 씨 이야기가 나오니 한 어르신이 “그분은 우리 마을회관에 커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매달 지속적으로 후원해 주고 있다”며 “마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손뼉을 쳐가며 칭찬했다.
“저도 젊어서 고향을 떠났어요. 직장 때문에 세종으로 갔죠. 그 당시엔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대부분 떠났어요. 먹고 살기 힘들 때였죠. 예전엔 잘 느끼지 못했었는데, 이곳 고향은 늘 제 마음의 안식처였어요. 언제나 다시 돌아오고 싶었죠. 향우회 회원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차봉준 씨의 현재 집은 세종에 있다. 이제 직장 은퇴를 해서 고향을 자주 찾는다. 작은 텃밭 300평도 마련했다. 서리태, 들깨, 쪽파, 대파 등 먹거리를 키우고 있다. 동네 어르신들이 농사 방법들을 잘 알려주어 큰 어려움이 없다.
향우회 정기 모임은 1년에 한 번, 3월에 모인다. 농사가 바빠지기 전이다. 10여 명의 선후배가 만나 정을 나눈다. SNS 단체 대화방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수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며 모두가 고향 마을을 위해 뛰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TV 1대 마을회관에 들여놓은 게 뉴스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이렇게 취재를 위해 방문해 줘서 고마워요. 저는 물론, 우리 향우회는 계속해서 마을 어르신들을 살피며 작은 일이라도 찾아가 봉사하며 살려고 그럽니다. 왜? 여기가 우리 고향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