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이 되면 고향, 옥천으로 간다는 게 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작년(23년) 1월에 제가 고향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연극을 뿌리내리기 위해 <극단 토>를 만들었습니다. 금년 초에 ‘아빠와 딸’이라는 작품으로 창단공연을 했고, 이번 10월 4일부터 개최되는 제1회 전국연극제에 ‘신흥보전’이라는 작품을 다시 한 번 옥천군민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제 꿈은 옥천에 연극이 많이많이 올려지는 것, 활성화되는 것입니다.”
주성환 단장(54, <극단 토>)은 서울시립극단에서 24년간 활동한 연극 전문가다. 그가 서울에서의 활동을 접고, 꿈에 그리던 고향 옥천으로 내려왔다. 옥천에서 연극으로 제 2의 인생을 살겠다는 것이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무작정 떠났다. 19세 때 극단 <미추>에 들어갔다. 9년간 연극에 대해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새벽에 포스터 붙이기, 소품 만들기, 무대 제작하기, 연극 연습 또 연습 계속해서 연습... 이때 가난은 늘 그의 친구였다.
이렇게 고생한 게 그의 연극 인생에 마중물 역할이 됐다. 그는 서울시립극단 창단될 때 2천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뽑혔다. 정식 단원이 되었다. 이제 넉넉한 월급을 받는 연극인이 된 것이다.
그는 활발하게 활동했다. 연극, 연출, 아카데미, 드라마, 영화 등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모두 다 섭렵했다. 연극 <베니스의 상인>, 이순재 선생과 함께한 <세일즈맨의 죽음> 등의 작품이 대표작이다.
“수 많은 작품 활동 중에 저에게 애정어린 작품은 <봄이 오면 산에 들에>와 <양령대군>이라 들 수 있어요. 그 작품이 제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연극인으로 저는 제가 하고 싶은 활동을 다 해봤다고 할 수 있어요. 연극에 대해 이제 후회는 없어요.”
그는 정말 나이 50이 되었을 때 고향, 옥천에 돌아올 준비를 했다. 옥천에 연극의 씨앗을 심어보겠다는 각오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노하우’를 모두 쏟아낼 작정이다. 서울에서 옥천까지 오가며 이런저런 준비 활동을 했지만,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몸이 떨어져 있으니 안 되는 것이라 판단, 짐을 꾸려 아예 내려오기로 했다.
서울시립극단에 몸 담고 있을 때는 적지 않은 월급을 받으며 살았다. 그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는 것은 큰 결단과 용기가 필요했다. 이제 무엇으로 생계를 꾸려나갈까? 그는 몇 년 전부터 농수산물 유통에 대해 공부했다. 이때를 위한 준비였다. 네이버 밴드에 ‘우리농수산’이란 유통 채널을 운영했다. 회원 2만명 정도로 짧은 시간에 제법 크게 성장했다.
“이번 연극제를 위한 작품을 준비하면서 처음에는 서울에서 전문가 2명을 섭외, 출연시킬 생각이었습니다.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죠. 그러다가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우리 지역민들, 비록 연극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장점을 살려보자고 했습니다. 전문가는 무대에서 만들어진 멋진 목소리를 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생활의 목소리를 냅니다. 예를 들어 ‘겨- 아녀-’ 등입니다.”
주 단장의 최종 목표는 옥천에 연극의 뿌리를 심는 것이다. 프로가 와서 멋진 작품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지역민이 직접 연극의 뿌리 역할을 하는 게 더 좋은 것이라 판단했다. 마침 이번에 개최되는 ‘제1회 옥천전국연극제’가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올라갈 저희 작품은 <신흥보전>입니다. 새롭게 구성된 흥보와 놀부 이야기입니다. 서로의 입장을 바꿔 재미있게 꾸며보았습니다. 흥보는 한량으로 묘사했습니다. 박이 터진 게 아니라, 어디선가 돈다발이 생겼고, 흥청망청 돈을 쓰는 사람으로... 반대로 놀부는 절제하고 아끼고 부지런해 돈을 많이 모은 사람 등으로 꾸며봤습니다. 아이고 너무 많은 힌트를 드렸네요. 옥천의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신흥보전> 스토리(희곡)는 모두 주 단장이 직접 썼다. 하룻밤 꼬박 새우며 완성한 작품이다. 출연자는 모두 9명(임덕현, 김정미, 임숙녀, 이미숙 외 4명)이다. 약 3개월 밤낮 가리지 않고 연습을 해왔다. 오는 10월 5일 오후 7시 관성야외무대에 올려진다.
연극 배우는 늘 배고프다. 연극만으로 경제적 충당이 어렵다. 이번 제1회 옥천전국연극제는 그나마 군에서 조금의 보조금이 있다. 연극 활동 비용 대부분을 주 단장이 해결하려고 한다.
“저에게 음향, 조명 등 방송 장비들이 있어요. 평소 이 장비 대여 및 설치업을 하고 수익을 냅니다. 또 현재 장어집 운영도 하고 있구요. 여기에서 수익들을 모아 극단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주 단장은 <극단 토>가 1년에 2회 공연할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미 내년 봄에 올릴 작품, ‘장어집 그 남자’도 준비해 놓은 상태다. 실제 주 단장은 ‘주이장 명품장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나타나는 많은 이야기들이 작품의 소재가 되었다.
“옥천에서의 연극은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저희가 그 초석이 되고자 합니다. 옥천에서 연극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