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 여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국민들의 마음을 울렸다.
유한킴벌리가 생리대 가격 인상 방침을 밝히자 가난한 아버지에게 생리대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없었던 이 학생은 ‘신발 깔창’으로 생리대를 대신하면서 생리대가 너무 비싸서 사용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글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은 공분했다. 정부의 청소년 복지정책이 매우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국민적 비난이 들끓자 정부는 30억원의 예산을 긴급책정하고 뒤늦은 생리대 지원에 나섰다.
이런 사연은 우리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달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불우 학생을 돕기 위해 교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전달식을 가졌다.
일반적인 성금 전달식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그 자리에는 까만 얼굴에 왜소한 체격, 수줍은 표정을 한 여학생이 있었다.
이날 전달식의 주인공이다. 교직원들은 내성적인 이 학생을 위해 성금이란 표현보다 장학금라 하며 전달식을 진행했다.
다문화가정에서 자란 이 학생은 부모가 이혼하면서 몸이 아픈 아버지와 둘이 생활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아버지는 수년째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고 췌장암 말기로 투병 중에 있다.
이 소식을 접한 교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성금으로 경제적인 부분은 다소 해결할 수 있었지만 성장하면서 찾아오는 생리적 현상은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할 수 없었기에 여교사들이 돌아가면서 관리를 하고 있다.
비교적 학생 수가 적은 시골학교는 교사와 학생들의 교감이 쉽게 형성되어 문제점을 찾을 수 있지만 이것도 모두는 아니다.
교사들의 관리도 한계가 있고 방과 후 학생들은 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지역 내 한 부모 가정은 100여 가정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을 관리하는 보호기관은 단 1곳.
이곳도 학대아동만 관리할 뿐 일반적인 생활을 지원하지는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 부모가정의 여학생들만 집중 관리 할 수 있는 전문 상담사를 각 학교마다 배치해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희망청소년복지재단 이현숙 대표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 첫 월경을 하는 여학생들은 극심한 경계와 고통이 함께 몰려온다. 여학생들의 신체리듬 변화는 심리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는 수 십 가지에 달하고 사용법도 각기 달라 생리대만 보급하는 지원정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생리 과정과 현상을 친구처럼 설명해줄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깔창 생리대’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선 지자체와 교육당국이 머리를 맞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어린 여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