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아이들이 좋은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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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아이들이 좋은 노부부
  • 오현구기자
  • 승인 2021.06.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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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면 ‘보람 보물숲 체험농장’
김 대표 부부가 산책로 입구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김 대표 부부가 산책로 입구 벤치에 나란히 앉았다.

 

군서면 금산리 제비봉 기슭에 있는 ‘보람 보물숲 체험농장(이하 농장)’에서는 귀농 7년 차인 김병근(72)·최명자(68) 대표 부부의 고사리 말리기가 한창이다. 농장에서 무농약 친환경으로 재배된 고사리는 잘 말려놓으면 부피와 무게가 줄어 봉지에 담아 판매하기도 좋고 보관성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자연학습장으로 좋은 장소를 찾아

두 부부는 옥천으로 귀농하기 전 대전시 중구에서 유치원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자연이 좋은 김 대표 부부는 큰아들 부부에게 유치원을 운영하도록 했다. 그렇게 유치원과의 인연이 끊어지는가 싶었지만 김 대표 부부의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했다.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는 자연학습장 장소를 찾기로 한 것. 그렇게 찾은 장소가 바로 제비봉 기슭에 있는 현재의 ‘농장’ 자리였다.

‘옥천야생화연구회’ 회원인 최 대표는 농장에 야생화를 많이 심었다. 특히 ‘샤스타데이지’는 하얀 꽃이 예뻐 아이들이 좋아할 뿐만 아니라 주변에 풀이 잘 나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어 농장 가득 심었다.

무농약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는 고사리를 주로 재배한다. 고사리는 축구장 크기의 3/5인 약 4,950㎡ (1,500평) 면적에 심었다. 아로니아도 심었으나 수익성이 좋지 않아 조금씩 줄이고 있다.

재배한 고사리는 지인들이 농장 체험을 와서 직접 딴다. 이렇게 채취된 고사리는 ㎏당 얼마 하는 식으로 판매를 한다. 남은 고사리는 말린다. 지인들에게 알음알음 판매도 하고 선물도 한다.
김 대표 부부는 재배한 작두콩의 껍질도 버리지 않고 잘 말려 차를 끓인다. 얼핏 맛이 없을 것 같아도 부부가 직접 끓인 ‘작두콩 껍질차’를 마셔보면 구수한 맛이 일품인 자연 그대로의 차다.

최 대표는 귀농으로 노후 생활을 계획한 이들에게 “농장에는 잡초를 뽑고 꽃과 잔디를 심고 농사를 짓는 등 육체노동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조금 젊어서 들어와야 한다”는 조언을 했다.
농장 전체에 꽃이 활짝 피는 4~5월이면 아이들이 와서 “와아”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최 대표.

“아이들이 매일 왔으면 좋겠다”

최 대표 부부는 지금도 농장에 오는 아이들이 자연의 흙을 밟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만든 산책로에 날마다 잔디와 꽃을 계속 심는다.

농장을 일구던 초기에는 사방에 돋는 풀을 뽑느라 엄청난 고생을 했다. 지금도 그 고생이 끝난 것은 아니다. 장맛비가 몇 번 내리면 풀이 엄청나게 돋는데 그때마다 ‘이걸 어떻게 모두 뽑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그런 고생을 하면서도 노부부는 농장과 산책로에 절대로 농약을 뿌리지 않는다. 아이들이 자연과 어울리는 장소여서다.

최 대표는 “아이들이 매일 왔으면 좋겠다”며 “그럴 여건이 안 되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여기 와서 점심을 먹고 간다”고 했다.

옥천으로 귀농해 농장을 한 후 김 대표 부부의 삶도 변했다. 호미로 잡초를 뽑는 등 단순노동을 엄청나게 하니까 정신적 스트레스가 없어지더라는 것. 또 몸이 건강해졌다.

최 대표는 “고사리를 꺾으러 온 사람들은 30분만 해도 힘들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1시간 정도를 꺾어도 뭐가 힘들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했다.

김 대표 부부는 처음에 왔을 때 영농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것이 없었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100시간의 귀농·귀촌 교육은 물론이고 다른 교육까지 모두 가서 받았다. 또 농장에 돋아난 식물이 풀인지 꽃인지 몰라서 토종식물해설사 교육도 받았다.

김 대표 부부는 이렇게 해서 귀농 초보를 벗어날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지금은 우리 유치원 아이들만 오고 있다”며 “꽃이 많을 때 다른 유치원 아이들도 와서 좀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특히 “농장 앞산이 충남·충북의 경계인데 지도에 표시된 경계가 실제로는 어떤지 아이들도 궁금할 것이다”며 “충남·충북을 잇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앞산에 둘레길 개발을 해주면 아이들도 즐길 수 있다”라고 군의 지원을 희망했다.

끝으로 김 대표 부부는 입을 모아 “꽃도 보고 고사리도 체험하고 취나물, 쑥도 캐세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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