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가구에 100명이 살아가는 옥천군 청성면 두릉리(이장 양시태, 65).
올해로 4년 차 이장을 맡고 있는 양 이장은 젊은 시절 개인택시와 자영업에 종사했었다. 하지만 눈만 뜨면 사람들과 부딪혀야 하는 직업 특성상 양 이장의 마음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양 이장의 마음은 자꾸만 고향을 그리워했다.
그래서 결심했다. ‘더 이상 사람들과 부대끼며 산다는 건 내 삶에 있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생각에 다다르자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도시 생활은 이쯤에서 접고 이제부터는 고향발전과 마음의 휴식을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결심을 했다.
그래서 고향 두릉리로 유턴을 했다. 하루 하루 이어지는 고향 생활은 너무도 좋았다. 왜 진작에 고향으로 들어오지 않고 익명의 사람들과 얽히고 설킨 삶을 살았을까 하는 조금은 후회 아닌 후회도 밀려왔다. 고향에서의 삶은 누구와 경쟁하지 않아도, 누구와 다투지 않고도 얼마든지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양 이장은 농사에 전념했다. 전문 농사꾼만큼은 하지 못해도 모르면 배우고 모르면 묻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지금은 여느 농부 못지 않는 농사 노하우도 축적했고 나름 농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 정도로 프로가 됐다.
당신이 이장직 맡아 주면 좋겠다
그런 그에게 러브 콜이 왔다. “지금 이장이 몸이 아파 더 이상 이장직을 수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주민들과 관계도 소원한 부분이 있으니 당신이 이장을 맡아 주민화합과 마을 발전에 헌신해 주면 좋겠다”라고.
이장을 맡으리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지 않았던 양 이장에게 이러한 마을 주민들의 이장 추대는 일면 황당함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번 이장직을 추대한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계속해서 압박(?)을 가해 왔다.
“도심과 달리 시골이장은 마을 주민 개개인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자리입니다. 저의 경우 마을 리더로써 전혀 자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장을 맡는다는건 마을 주민 모두에게 폐를 끼치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저보다 훨씬 더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데 왜 하필 저같은 사람을 이장으로 추대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라는 양 이장은 “아마도 누구와도 잘 어울리고 한번 시작한 일은 하늘이 무너져도 반드시 이루어내고야 마는 저의 성격에 후한 점수를 준게 아니었나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양 이장의 발걸음은 바빠지기 시작했다. 지난 세월 마을 곳곳에 산적해 있던 크고 작은 현안사업들을 하나하나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두릉리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 3억 원의 예산을 따내 하천보수를 비롯한 펜스설치, 소하천 정비, 농로개설 등 주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었던 모든 시설들을 개선했다. 이외에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한 ‘새뜰사업’에도 선정돼 무려 20억 원이라는 사업비를 타내 마을 내 기초수급자 가정을 대상으로 재래식 화장실 교체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내고 콘크리트나 기와로 바꾸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다.
마을 주민 A씨는 “양 이장의 추진력은 아무도 따라갈 수 없을 겁니다. 일단 계획을 세웠다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정해진 기간 안에 마무리를 짓는 양 이장을 보고 주민들은 늘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죠”라고 했다.
먼저 찾아가 상담하고 문제 해결
가능한 개발위원 의견 존중
그런 양 이장에게 최근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주민 대부분이 논농사와 밭농사에 종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작물에 필요한 물이 부족해 365일 물부족으로 겪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것. 그래서 농어촌공사가 ‘밭기반정비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농작물 물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자 분주한 발품을 팔고 있다. “마을 사이즈가 작다고 해서 옥천군민이 아닌건 아니잖습니까, 그런데도 옥천군과 농어촌공사에서는 두릉리에 대해 홀대를 하고 있습니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떻게 농촌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역설했다.
“귀농귀촌인이요? 다른 마을은 몰라도 저희 두릉리에 사는 귀농귀촌인들은 원주민들과 화합이 너무도 잘되고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는 그분(귀농귀촌인)들이 무엇이 부족하며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제가 먼저 그들을 찾아가 상담도 하고 대안을 마련해 줌으로써 미래에 나타날 불협화음을 사전에 해결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양 이장은 이어 “저희 두릉리는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18명의 개발위원들이 수시로 모여 대화를 나눔으로써 불가능한 일도 가능한 일로 바꾸어 나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가능한 개발위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