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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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15)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9.14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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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 보면 서로 입에 넣어 주고 둘이 팔짱 끼고 나가는 너희 뒷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는 더 바랄 게 없단다. 살다 보면 좋은 때도 궂을 때도 있는 법. 결혼해서 사는 부부가 살면서 이혼 생각 한번 안 해본 부부가 있을까?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살면서도 연애 시절의 연애감정으로 사는 부부가 과연 있을까?

살아 보니 결혼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평온과 안락한 가정에 익숙해지고 자식을 위해 어지간한 문제는 체념하고 살게 된다. 문제 부부의 문제는 대부분이 대화 부족이다. 대화가 부족하면 오해가 생긴다. 오해는 미움을 낳고 미움은 원망을 부른다. 원망과 미움이 쌓이면 이별로 가는 것이 이치이다. 그래서 현명한 부부는 조그맣고 사소한 오해가 미움과 원망으로 커지기 전에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게 말처럼 쉬우면 세상에 불행해지는 부부가 어디 있겠니? 서로가 상대의 말을 듣기보다는 자기 말만 앞세우는 대화가 아닌 싸움으로 번져 대화 자체가 될 수 없다. 대화를 위해서는 상대방이 말할 때, 참을성을 갖고 끝까지 들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네가 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는 엄마 세대와는 달리 소통은 사통팔달 늘었지만, 대화가 없는 시대인 것 같다. 너희들이 손에서 놓지 않고 수시로 이메일, 문자, 트위터, 페이스북 등 많은 소통수단이 있지만, 어찌 그런 기계적 수단이 얼굴 마주 보고 표정과 마음을 주고 받는 대화와 비교될 수 있겠니? 이런 디지털 문명 속에서 수시로 주고 받는 소통이 곧 누구와 함께 있다는 착각을 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고독을 견디는 능력이 부족해지고 그런 기기에 매달리기 쉽지만 그럴수록 인간은 더 고독을 느끼게 되어 갈수록 빠져들게 된다. 대화의 부족으로 멀어지는 것은 부부만이 아니다. 아이들이 크면서 부모와 자식 간 사랑의 간격이 각자 방의 거리만큼 멀어져 갈 것이다. 대화가 없는 단란하고 화목한 가정이란 절대 불가능한 것임을 명심해라. 너는 누구보다 좋은 두뇌를 가졌고, 많은 책을 읽어서 지식과 사고능력이 뛰어나다. 또 아빠를 닮아 속이 깊은 너이기에, 너의 효심만큼 네 처에게도 깊고 넓은 사랑으로 포용하리라고 믿는다. 너희 부부는 산 세 월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훨씬 많다. 앞으로 살다 보면 볕 드는 날도 있고, 비 오는 날도, 좋고 기쁘고 행복한 날도, 슬프고 힘들고 화가 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세상사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이해하고 참고 다독이며 살아라. 그게 결혼생활이다. 어렵고, 힘들고 잘못했을 때 다독여주면 고마운 것도 아는 법이다. 좋을 때는 다 잘한다.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인생 살면서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것이 다.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글이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우리는 인생에서 소중한 것들을 병렬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건강, 인간관계 등은 하나를 해치운 후 다음 것을 해치우는 순차적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가치다.’ 몇 년 동안 아내에게 소홀히 해 놓고 ‘자, 이제 먹고살 만 해졌으니 가족에게 충실해 볼까’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니? 삶을 바꾸는 방법의 하나는 ‘그때그때 최선을 다했는가?’라는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건강 이야기를 하자면, 네가 친구를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다 보니 술을 마시는 일도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늘 네 건강이 염려된다. 너는 불경도 많이 읽었으니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불경에 나와 있다는‘술로 인한 열 가지 허물’을 네게 꼭 말해주고 싶다. 술을 많이 마시면 첫째, 안색이 나빠지고 둘째, 힘이 빠지고 셋째, 눈이 어두워지고 넷째, 성내는 꼴을 보게 되고 다섯째, 질병이 생기고 여섯째, 싸우게 되고 일 곱째, 악명이 나고 여덟째, 지혜가 줄어들고 아홉째, 몸이 망가지게 되고 마침내 여러 불행의 길로 빠지게 된다. 그러니 조심은 하고 또 해도 지나침이 없지 않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너는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이란다. 네가 결혼할 때 네 손으로 쓴 편지를 읽으며 엄마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아들로 네가 태어나주었음에 이보다 큰 행운이 없다고 생각하며 감사했단다. 부모님과 새로이 맞는 부모님께 올리는 글 결혼식 당일 이른 아침, 이 글을 씁니다. 오늘은 올해 들어 맞이하는 어느 새벽보다도 맑은 공기가 기분 좋은 그런 날입니다. 그만큼 글도 잘 써지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느 때와는 달리 잘 써 내려갈 수가 없더군요. 그 이유를 깨닫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부모님께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과 말들이 너무나 많아 제 안에 뒤엉켜 있어, 그중 가장 의미 있는 것들만 고르기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사랑하는 부모님이지만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제 마음을 표현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제 어린 시절 늘 자상하셨던 아버지께서 유일하게 매우 화내며 매를 드시는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거짓말을 할 때였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정직과 순수함, 그리고 착하게 사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항상 강조하셨습니다. 언제나 우리 집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존경받는 선장이셨고, 제 인생의 스승이셨습니다. 그리고 가장으로서 어떻게 살아 가야 하는지를 제가 아는 아버지 중 가장 훌륭하게 보여주셨습니다. 제 기억이 시작하는 시절부터 제 모습은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 하고, 학교숙제는 거의 해간 적이 없으며, 학원은 마치 빼먹기 위해 다니는 그런 개구쟁이였습니다. 그런 저를 어머니께서는 다독이시고 때로는 엄하게 꾸짖으시며 바른길로 이끌기 위해 무던 애를 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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