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내 몸의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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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내 몸의 환경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09.14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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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약 38조~60조 개라고 알려져 있다. 이 세포들은 각자의 주기에 따라 증식을 한다. 예를 들어 피부나 장점막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불과 수일 만에 수명을 다하고 새로운 세포로 대체된다. 혈액 중 백혈구는 열흘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으며, 적혈구는 3개월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어서 골수에서는 이러한 주기에 맞추어 새로운 세포들을 생산한다. 또 신경세포는 거의 평생 수명을 유지한다. 

그런데 여러 원인에 의해 유전자 변이에 의한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세포는 평균적으로 하루에 300개~1,000개라고 한다. 이 돌연변이 세포들은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의해서 공격을 받고 사멸된다. 즉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는 면역세포인 수지상세포나 자연살해세포(NK세포), 또는 T세포가 발견해서 죽이기 때문에 암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건강한 상태로 정상적으로 기능할 때 암이 발생할 위험은 줄어들게 된다. 

반면에 우리 몸의 환경이 면역기능을 떨어지게 하는 상태라면 그만큼 암의 발생과 증식 위험은 더욱 커지게 된다. 암을 포함하여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을 설명하는 병인학의 중심 키워드는 “만성 염증”이다. 현대인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체내 염증을 일으키는 생활환경과 습관에 노출되어 살고 있다. 

예를 들어 비만은 그 자체가 중요한 염증유발 요인이다. 즉 지방세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대하면, 호염증성 물질을 분비한다. 특히 내장지방이 많은 상태라면 호염증성 사이토카인인 아디포카인의 분비가 증가하고, 인체는 염증반응에 대응하는 스트레스반응이 일어난다. 즉 뇌의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을 잇는 스트레스반응에 의해 염증을 억제하려는 코티졸의 분비가 증가하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될 때 인체 면역시스템은 억제된다. 

만일 채소 등을 통해 충분한 섬유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동물성 지방이나 튀김류를 즐겨 먹는 식습관을 갖고 있다면 장의 미생물환경이 악화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장에서의 만성적인 염증반응이 초래될 수 있다. 장은 면역기능의 70%가 집중되어 있는 장소이므로, 이곳에서의 염증반응은 인체의 전체적인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주원인이 된다. 또 장의 미생물 환경이 나빠지면 리포다당류(LPS)라는 내독소가 체내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독소가 들어오면 이를 처리하는데 따른 간의 부담이 높아지게 된다. 내독소가 들어오면 간에서는 쿠퍼세포가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활성산소의 발생이 증가하고, 호염증성 사이토카인이 증가하는데 이는 간에서 인슐린저항성을 높이고, 간에 지방이 축적되며, 간조직의 섬유화를 초래하여 지방간이나 간경화의 위험을 높이게 된다. 

체내 염증을 유발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수면부족이다. 낮 동안에 세로토닌 생성뉴런에서 만들어지는 세로토닌은 뇌의 송과체로 보내지고, 해가 지고 어두어지면서 멜라토닌으로 전환되게 된다. 수면주기가 불규칙하고 너무 늦게 자거나 수면이 부족하게 되면 해가 뜨고 지는 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생성ㆍ분비주기에도 장애가 된다.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은 매우 강력한 항산화, 항염증 작용을 갖고 있는데, 수면부족은 만성적인 염증을 초래할 위험을 높여준다. 

정서적인 스트레스도 면역기능을 감소시키는 매우 큰 요인이다. 원래 인체의 스트레스 대응기제는 긴박한 상황에 대해 에너지가 필요한 근육에 더 많은 혈액을 보내려고 심박수를 증가시키고, 근육의 혈관은 확장하는 등의 반응으로 나타난다. 이는 교감신경계의 흥분과 함께 부신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면역계는 억제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만성적인 염증수준을 높이는 요인들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만성염증 상태를 낮추는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인체 면역기능을 높일 수 있는 운동으로는 심폐기능을 향상시키는 운동에 더하여 근력을 개선시키기 위한 저항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웃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면역증진 방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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