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선수의 근육, 보디빌더의 근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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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선수의 근육, 보디빌더의 근육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09.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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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선수와 보디빌더는 모두 중량을 드는 형태의 훈련을 한다. 그런데 훈련의 목적은 완전히 다르다. 역도선수는 한 번에 최고의 중량을 들 수 있는 능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하고, 보디빌더는 더 크고 멋있는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훈련을 한다. 

그러므로 훈련프로그램도 다르게 구성한다. 역도선수는 더 무거운 중량을 사용하여 훈련하고, 반복 횟수는 적게 해서 운동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최대근력에 대해 85% 이상 되는 무거운 중량을 이용하고, 반복 횟수는 적게 하여 운동한다. 

즉 대체로 한 세트에 6회 이내에 근피로에 도달할 정도로 높은 중량으로 훈련한다. 또 자신의 최대중량에 가까운 중량으로 시합과 같은 시뮬레이션 훈련도 병행한다. 각 세트 사이의 휴식 시간도 2~5분 정도로 비교적 길게 해서 피로해진 근육이 어느 정도 회복된 후 다음 세트로 들어간다. 

보디빌더의 경우에는 훈련의 목적이 다르므로 훈련방법이 역도선수와는 다르다. 보디빌더는 역도선수에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적은 중량을 사용하는 대신에 반복 회수를 많게 하여 운동한다. 보디빌더는 대체로 자신이 들 수 있는 최대중량의 70~80% 정도가 되는 무게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그것보다 더 무거운 중량을 사용하거나, 더 적은 중량을 사용하기도 한다. 반복 횟수는 대체로 6~12회 정도를 최대로 반복할 수 있는 중량을 들지만, 때로는 그 이하의 중량을 사용하여 더 많이 반복하는 형태로 운동하기도 한다. 훈련의 초점은 목표로 하는 근육이 거의 완전한 피로에 도달하는 것이다. 또 각 세트 사이의 휴식 시간도 역도선수와는 다르게 1분 내외로 짧게 갖는다. 휴식 시간을 짧게 해서 피로가 유발된 근육이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다음 세트에 들어가도록 한다. 이는 근육의 비대를 위해 근육에 최대한의 자극을 주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훈련 방법의 차이가 근육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는 오랫동안 궁금증을 일으키는 주제였다. 

역도선수의 경우 최대근력을 높이려는 훈련의 특성상 보디빌더에 비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역도선수에게서 근육이 커진 것이 스포츠에서 힘의 발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해서 ‘기능적 비대’라고 표현한다. 이에 비교할 때 보디빌더의 근육 비대는 힘의 증가에 역도선수만큼 직접적으로 기여하지 못한다고 해서 ‘비기능적 비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또 보디빌더의 근육은 보이는 것만큼 강하지는 못하다고 해서 ‘솜털근육(fluff muscle)’이라고 평가절하되기도 하였다. 이는 정당한 호칭이라고 할 수 없는데, 훈련의 목적이 완전히 다르고 예외도 많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역도선수와 같이 고강도ㆍ저반복으로 운동할 경우 근섬유 내에서 수축하는 성질을 가진 근원세사라는 단백질이 상대적으로 더 증가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보디빌더의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근원세사의 량이 역도선수에 비해서 적을 것으로 생각되었고, 그로 인해서 최대근력에 있어서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서 고강도, 저반복의 형태로 운동하거나 저강도, 고반복의 형태로 운동하거나 훈련 방법에 따라서 근섬유를 구성하는 근원세사량에는 차이가 없음이 밝혀졌다. 
그러므로 보디빌더보다 역도선수가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이 근원세사량 때문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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