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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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례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3.11.0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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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 2018년 1월 밀양의 요양병원 화재로 많은 인명이 다치고 생명을 잃어 전 국민이 우울해 했었다. 그런데 2015년 나주 요양병원 화재는 경미하게 다친 사람이 몇 있을 뿐, 큰 인명피해가 없었다. 왜 그럴까? 세 건의 화재 관련 뉴스를 살펴보았다. 

건물의 특성, 지리적 특성, 신고의 시간차, 당해 소방관서의 대응방법 등이 모두 달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었지만, 한 가지 특별한 차이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대응 방법-평상시 훈련 등-의 차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나주에서는 초기 진화는 물론 환자들을 대피하는 매뉴얼을 평소에 훈련하여 비상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여 결과가 인명 피해를 줄이는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대피 훈련은 차례를 필요로 한다. 대피로에 많은 인원이 갑자기 모이면,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병목 현상이 생겨 탈출이 어렵다. 그래서 훈련할 때는 차례대로 대피하도록  한다. 차례(次例)는 순서(順序)이다. 여러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동의 삶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흔히 이기주의와 개인주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기주의는 말 그대로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지만, 개인주의는 개개인의 이익을 추구한다. 차례를 지키는 것은 개인주의이다.  
요즘 은행가면 출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대기표를 뽑는다. 대기석에는 먼저 온 사람들이 번호가 불리워지거나 전광판에 자신의 번호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꽤 오래전부터 은행에서 사용되어 온 대기표 제도는 이제 관공서의 민원처리, 식당이나 휴게소 등과 병원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새치기하고 눈치 볼 것도 없고, 새치기 한다고 다툴 필요가 없다. 그만큼 대기표는 일상 생활화 되어 있다.  

그런데 그 대기표를 뽑으면서 좀 서글픈 생각이 든다. ‘오죽 차례를 지키지 않았으면 저런 걸 만들어야하나?’ 대기표가 없을 때를 회상해 보면 창구 앞에 가로로 줄을 서서 다투는 일이 자주 있었다. 대기표 덕에 은행 직원도 편하고 대기실도 조용하고 차례를 갖고 다툴 일이 없어졌다.  

기차역에서는 승차권을 살 때, 말뚝을 세우고 줄을 띄워 한 사람만 통행하게 한다. 모두가 보는 곳이니 새치기를 할 수 없고, 여러 사람이 보게 되어 새치기 하기도 어렵다. 오는 순서대로 하면 되는데 그렇게 안되니 줄을 띄워 놓았다. 그 줄을 보면서도 또한 서글픈 생각이 든다. 꼭 우리에 갇힌 가축 같기도 하다라는 생각을 한다.  

가끔은 시내 버스를 탈 때 옆 사람을 밀치고 타는 어른들을 본다. 우리는 유치원 때부터 차례 지키기를 배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말이 차례 지키기이다. 

그런데 1학년 2학년들은 잘 지키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고등학교에 갈수록, 어른이 될수록 차례 지키기가 잘 안된다는 것은 필자만의 편견인지.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더 추울 것이라는 예보도 있다. 그렇찮아도 물가가 올라 짜증스런 일들이 많이 생기는 요즘, 작은 질서 하나 지키지 않아 주변에 짜증스러움을 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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