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증 반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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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증 반납
  • 이흥주 수필가
  • 승인 2024.03.28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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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뉴스를 보다가 79세운전자가 사고를 내는 장면을 목격한다. 운전자가 여러 대의 차량을 들이받고 행인도 치는 사고다. 79세, 고령이다. 옛날에야 그 나이까지 살아있기도 힘들었지만 요즘은 79세에 세상 뜬다면 일찍 갔다는 소리 듣는다. 

고령운전자의 차사고 내는 이야기가 가끔 TV뉴스에 나온다. 고령운전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라고 권고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들에게 면허증 반납하라는 이야기가 틀리진 않은 것 같다. 다른 운전자들과 비교한 고령운전자들의 정확한 사고율 데이터를 보지 못해 모르지만 그들이 내는 사고율이 더 높은가? 

오래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면허증반납하고 후회하는걸 보았다. 어디 움직일 수가 없단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그게 드물게 다니고 시간도 안 맞아 매일 택시를 타자니 택시비가 많이 나가고…… 한동안 아주 불편해 하고 후회를 하는 걸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면허증반납 같은 건 아주 신중히 생각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70대 중반인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만약 면허증을 반납한다면 어떨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자가운전을 할 때보다 항상 많은 불편이 따를 것 같다. 우선 버스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고 급하고 중요한 약속은 거의 못할 것이라 생각된다. 급하면 택시를 이용해야하고 그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생활에 불편이 따라야 하고 내차갖고 움직일 때처럼 용이한 움직임은 어려울 것이다. 

 요즘은 오래살고 고령에도 움직임이 많다. 자가운전 없이는 생활이 많이 불편하다. 면허반납,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이 들면 운전능력도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나를 보더라도 순발력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진 건 맞다. 응급상황이나 주변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젊은 사람들보다는 못할 게 당연하다. 

한데 교통사고는 대개 과속이나 부주의에서 일어난다. 느린 속도에서는 사고가 안 나거나 나도 가벼운 접촉 정도로 끝난다. 나이가 들면 우선 속도를 안 낸다. 내가 나를 알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지 않고 높지 않은 속도에서는 고령자도 운전조작에 특별히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또 하나, 고령자들은 장거리 운전은 안 한다는 사실이다. 아주 가까운 곳을 오갈 때, 또는 원거리가 아닌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거리 내에서만 운전을 한다. 

먼 곳의 여행은 애초에 계획을 세울 때 고속버스나 직행버스 열차를 이용하는 걸로 한다. 사회에서 고령운전자들을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건 이해가 되는 이야기지만 실상은 이렇다. 그들은 또 자기를 알기 때문에 난폭하고 모험적인 행동은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보다는 무모한 음주운전이나 과속, 난폭운전 같은 게 사고도 더 많이 낼 것이다. 고령에서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분들이 안타까운데 그들보고 운전면허 반납하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요즘은 농촌에는 거의 노인들뿐인데 그들도 웬만하면 트럭을 다 갖고 있다. 농사도 리어카나 작은 경운기 갖고 하던 시대는 갔다. 자연적으로 나이 많은 운전자들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그들을 만나면 조급증 내지 않고 아량을 보내는 마음을 가져주면 좋겠다.

거리에 나서면 노인들의 전동차나 초보운전자들의 운전미숙으로 불편을 겪을 때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뒤에서 빵빵거린다면 정말 사고 날 위험성이 커진다. 불편해도 아량을 베풀고 조금씩 참아주는 마음을 갖는다면 서로가 좋은 일이다. 

나이 들면 “세월 빠르다! 세월 빠르다!” 하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산다. 젊어서는 세월의 빠름을 크게 실감하지 못하다가 어느덧 이 나이 먹고 면허증반납이야기까지 이르게 되면 정말 허무하단 생각을 금치 못하게 된다. 나이 먹으면 중요한 자산이 건강이다. 건강하다면 차운전도 늦게까지 할 수 있고 다른 것도 모두 잘 돌아간다. 

70대를 노인네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 건강하다면 모든 사회생활을 5~6십대 못지않게 활발하게 한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80대까지 이어질 것이다. 의료기술 발달로 전에는 고치지 못하던 병을 고치니 수명은 늘어나고 나이가 들어도 표시가 심하게 나질 않는다. 따라서 운전면허반납도 자기 건강을 고려하여 본인이 판단해서 하면 되겠다. 건강악화로 운전이 힘들다면 망설이지 말고 반납을 할 일이고 건강상태가 양호하다면 서둘지 않아도 될 일이다.

나이가 들면 적성검사기간도 짧아지고 검사도 더 세밀히 한다고 들었다. 나도 올해가 적성검사 하는 해인데 은근히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러나 다른 거 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니 아직은 운전이 너무 힘들거나 하진 않다.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해 도로주행속도제한이 전보다 낮아진 건 고령자들을 위해서도 다행이다. 나이든 사람들이 과속은 안 하지만 운전대 잡으면 초보시절로 돌아갔다는 심정으로 겸손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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