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다른 봄꽃의 향기처럼, 힘듦을 해소하는 방법 또한 저마다가 다르다. 나에게 가장 커다란 행복은 소중한 존재에게 대접하는 ‘음식’이다. 음식 배달이 오지 않는 시골로 이사한 후 부모님께 그럴듯한 음식을 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쌓여 음식 솜씨가 부쩍 늘었다. 문득 만들고 싶은 음식이 떠오른 날이면 마당이 곧 레스토랑이 된다. 제일 자신 있는 건 한식이지만 양식, 한식, 일식도 서툰 솜씨로 흉내를 낸다. 부모님과 언니는 물론이고 생일을 맞은 친구가 있으면 3단, 5단 도시락을 만들어 무뚝뚝한 성격에 표현 못 하던 마음을 전한다. 어느 날은 음식이 향하는 대상이 마당의 동물 친구들이 되기도 한다. 음식을 전달하는 순간은 상대가 누가 됐든, 어느 때이든 그 상상만으로 마음이 설렌다.
어제는 어느 정도 안면이 있는 언니와 오랜만에 차를 한잔했다. 마음이 힘들다는 말에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까지 밥은 제대로 먹고 있을까 걱정이 따라붙는다. 다시 만나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양손 가득 주며 마음 단단히 먹고 앞으로 행복해질 걱정만 하라는 말을 꼭 전해야지 싶다. 별거 아닌 서툰 한 끼에 걱정과 고마움을 전한다.
저작권자 © 옥천향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