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평가원에 필요한 인재인가?
상태바
누가 평가원에 필요한 인재인가?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12.19 09: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서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시리즈

박 부장은 사실상 전 이사장이 채용한 사람이었고, 그 인사와 유대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 다. 평가원이 설립된 이래 그간 간호학 전공자가 사무처장을 맡아오던 관행까지 체제에 바뀌게 되었다.

나는 평가원의 주요 목적과 기능이 평가 업무임을 고려할 때 간호학 전공자보다는 교육학 전공자가 기능과 역할 면에서 최적의 적임자라고 생각했고, 마침 박 부장이 교육학박사로 적임자였다.

이 같은 몇 가지 이유로 나는 거절하기 곤란한 유력인사로부터의 추천이 끈질기게 이어졌음에도 응하지 않았고, 간호학 전공이어야 한다는 편협된 측근 인사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물론 사무처장의 내부승진 건으로 나올 수 있는 음해성 뒷이야기도 충분히 예상했고, 감당할 각오도 했었다.

실제로 간호학 전공자 아닌 교육학 전공자를 처장 자리에 앉혔다며 나를 간호계 배신자라고 음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누가 평가원에 필요한 인재인가가 중요하지 그런 음해성 소문은 개의치 않았다.

평가원 처장은 누구 사람이냐, 간호학을 전공했느냐보다는 평가 업무의 전문성이 우선이고 공사를 구분할 줄 아는 충실한 성품, 외부인사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 직원들과의 관계와 리더십, 그리고 간호에 대한 애정이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박 부장 이 그 조건에 부합하는 인재로 손색이 없었다.

리더는 자신이 속한 조직 구성원의 직업적 삶을 개선해 줄 의무도 있다. 그들이 조직에서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고, 업무적 고민에 대해 해결책을 마련해주고, 장기적으로는 미래를 희망적으로 설계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 나는 원장으로서 그 역할을 다 하고자 한 것뿐이다.

한편 지금까지 관행으로 해오던 원장의 대한간호협회 이사회 참석 및 보고, 대의원총회 참석 및 보고는 평가원의 기밀 유지와 독립성, 그리고 평가원의 정체성과는 어긋난다고 판단되었다. 그런 판단하에 우선 협회, 이사회 참석은 급격한 변화로 오해를 사기보다는 1차로 원장 대신 사무처장이 참석하도록 잠정적으로 계획했다.

또 보고도 평가원의 일상적 월간 행사 정도만 간단하게 발표하게 하는 안을 이사장의 양해 하에 1년 정도 시행했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아예 그동안 유관기관에 참석하고 보고하는 관행 자체를 폐지했다. 명실공히 평가원의 위상에 맞는 독립 시스템을 점차 확립해간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평가원의 회계 관련, 공문서 전결, 그리고 평가원 출판물의 발행인 등 모든 문서가 이사장 전결과 명의로 되어 있던 폐단도 개선하였다.

실제로 막강한 이사장이 월권하여 원장의 법적 직무인 평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규정상 이사장은 이사회의 의장일 뿐이었다. 이제 협회로부터 지원금도 받지 않기로 한만큼, 관행을 규정에 맞도록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