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턱 텃밭 일구고
일기나 쓰며 살아야지
싱싱한 햇빛과 바람
집 안 구석구석 부려놓고
가능한 느린 걸음으로 걸어야지
바람의 색깔을 그림으로 옮겨 볼까
폭설이 내리는 날은 방안에 갇혀
밤새 눈발의 이야기나 받아 적을까
오지 않는 그림자 해종일 기다리며
너에 대한 상상으로 날개를 펼쳐야지
눈 덮였던 마당 한쪽 녹아내리면
등 따순 봄을 담요처럼 말고 앉아
생강나무 잎눈과 해종일 눈이나 맞춰야지
받아놓은 상추, 아욱, 쑥갓 씨 뿌려 놓고
새순 트는 날들이나 서성거려야지
이런 서정적 꿈으로 아침을 먹는 날
이곳은 산도, 나무도, 그리움조차 닿지 않는 곳
홀로 먼데 산 바라보는 것으로
이번 생은 끝날 수도 있겠다
3단지 고독사한 그에 대한 풍문이
남의 일이 아닌 것만 같아서
아스라한 능선에 시선을 걸쳐둔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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