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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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10)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19.10.0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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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수필가

꽈리
옛날 시골마을에 꽈리라는 소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누구에게서 배운 건 아니지만 노래 부르는 재주가 뛰어났다. 그런데 이 마을 세도가 양반집에 또래 소녀가 있었는데, 꽈리를 질투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나물 캐던 꽈리의 노랫소리가 아름답게 메아리쳤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고을 원님이 크게 칭찬하고 돌아간 후, 양반집에서 큰 잔치를 열었다. 원님이 참석하여 “이 고을에 노래 잘 부르는 소녀가 있다 하던데, 그 노랫소리 좀 들려주시오.” 양반은 꽈리를 불러 원님 앞에 세웠다. 이때, 양반집에서 보낸 불량패 청년이 불쑥 나타나 “노래도 못 부르는 것이 감히 노래를 부르려 하다니…” 창피를 주었다. 꽈리는 노래를 부르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와 몸 져 누었고, 곧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꽈리의 무덤가에 한 포기 풀이 자라나더니 새빨간 열매를 주렁주렁 달았다. 사람들은 그 꽃을 꽈리라고 불렀다. 꽈리 소녀의 <수줍음>이 꽃말이 되었다.

풍선초
열매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데서 유래한다. 덩굴손이 있어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 자라는데, 북아메리카 원산 관상식물이다. 꼭 한지로 등(燈)을 만들어 매달아 놓은 것처럼 보인다. 신기하다. 풍선식물! 동심이 가득 담겨 있어서 일까 <어린 시절의 재미>가 꽃말이다. 따뜻한 봄날 씨앗을 뿌리고 키우면 풍선열매를 볼 수가 있다.

사랑초
팔 순된 사람이 자식들 다 제 갈 길 가고 돌봐줄 사람조차 없게 되자, 어머니가 생각나 ‘어머니 배고파, 어머니 배고파’ 울부짖으며 장독대에서 따온 시금치만 먹고 살다가 죽고 말았다. 무덤 옆에 시금치 같은 풀이 되살아났는데, 사람들은 네 잎 토끼풀이 뭉개져 멍들어 자줏빛 잎 사랑초가 되었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실내에서 월동하고 여름에 꽃피운다. 꽃말은 <당신을 버리지 않을게요.>이다.

달맞이꽃
옛날 어느 호숫가에 요정이 모여 살고 있었다. 모든 요정들은 별을 사랑했지만 한 외톨이 요정은 홀로 달님을 사랑하였다. “밤하늘에 별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달님이 밤하늘을 독차지할 수 있게.” 외톨이 요정이 속삭이듯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요정들은 외톨이 요정을 더욱 미워했고, 달도 별도 볼 수 없는 곳에 추방되고 말았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달의神’은 자신을 사랑한 외톨이 요정을 찾았을 땐, 달님을 기다리며 그리워하다 죽고 난 후였다. 이 모습을 지켜본 제우스가 외톨이 요정의 혼으로 꽃이 피어나게 해 주었다. 그런데 이 꽃은 신기하게 밤이 되면 홀로 피었다가 아침이 되면 시드는 것이다. 달이 뜨기만 기다렸다 꽃을 피우고 아침이 되면 사라지는 이 꽃이 바로 달맞이꽃이다. 이에 연유한 꽃말은 <기다림>이다. 요즈음 이 꽃이 온 들판을 노란색으로 수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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