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펴야할 또 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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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펴야할 또 다른 이유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0.02.13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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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장여성 이과장은 언제부터인지 왼손을 쥐어도 힘이 들어가지 않고 감각이 사라지는 듯한 증세가 나타났다.  목, 어깨, 손 부위뿐만 아니라 가슴부위의 흉통까지 느껴서 협심증인가 걱정되어 병원을 방문하였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다행히 심장에는 이상이 없고, 또 목디스크나 목관절염도 아니었다.

결국 여러 검사를 받고 나서 흉곽출구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기서 흉곽출구란 목 아래의 쇄골과 가슴 맨 위의 첫 번째 갈비뼈가 이루는 공간을 뜻한다. 손으로 어깨 쪽에 가까운 목 아래 쇄골 안쪽을 더듬어 누르면 움푹 들어가는 부위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흉곽출구이다.

흉곽출구는 신경이 그물망처럼 모여 있는 상완신경총에서 척수로 연결되는 부위이며, 정맥과 동맥혈관이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흉곽출구가 어떤 원인에 의해 눌리고 좁혀져서 신경을 누르거나 정맥혈관 또는 동맥혈관을 압박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세를 흉곽출구증후군이라고 한다.

이과장의 경우 직장에서 오랜 시간 장시간 어깨를 늘어뜨리고 머리를 앞으로 숙인 자세로 일하는 것이 원인이 되었고, 여기에 더하여 수면자세도 문제였다. 즉 이과장은 몸을 왼편으로 돌려서 측면으로 웅크린 자세로 잠을 자는 습관을 갖고 있었다.

그러한 자세를 장시간 취할 때 흉곽출구는 압박을 받게 되고, 그 아래 신경이 눌려서 나타난 증세였던 것이다. 상완신경총은 목과 가슴에 있는 척수로 들어가기 전의 그물망을 이루는 신경인데, 이곳에는 운동신경이 압박을 받으면 손을 쥘 때 힘이 들어가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고 감각신경이 영향을 받으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흉곽출구증후군에서 약 95%는 신경의 압박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며 일부분에서는 혈관의 압박으로 증세가 나타난다. 혈관까지 영향을 받으면 손이 붓고 멍이 들거나 탈색되고, 손에 힘이 빠지면서 팔을 포함해 상체 부위에 더 광범위하고 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흉곽출구증후군의 일반적인 원인은 이과장의 경우처럼 컴퓨터 앞에서 웅크린 자세로 장시간 타이핑을 하거나 무거운 백을 어깨로 지고 장시간 운반하거나 공장의 조립라인에서 한 자세로 일하는 경우에 발생할 수 있다. 그리고 수영선수나 야구피처, 배구선수처럼 팔과 어깨를 들어 올려서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종목의 선수에게서도 나타나기도 한다.

또 정상체중인 사람보다는 비만한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데 그 이유는 쇄골을 지지하는 근육에 추가적인 무게가 스트레스로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선천적으로 늑골뼈를 하나 더 갖고 있거나 흉곽출구가 더 좁은 사람의 경우에도 이러한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마지막 수단으로서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자세를 교정하고, 어깨부위의 근육을 강화시킴으로써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이처럼 현대인에게 있어 잘못된 자세는 많은 통증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전형적으로 앞으로 내민 머리, 굽어진 등, 둥그렇게 말린 어깨는 흉곽출구증후군뿐만 아니라 사각근증후군, 목널판지근중후군, 어깨충돌증후군과 같은 여러 가지 증세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어 사각근은 목부위의 경추에서 상부 갈비뼈에 붙어있는 근육인데, 이러한 근육들은 머리가 앞으로 내밀어진 자세에서는 짧아지고 긴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역시 흉곽출구를 통해 드나드는 신경과 혈관이 경직된 사각근에 의해서 압박을 받으면서 비슷한 증세를 나타낸다. 이렇게 신경이나 혈관이 눌리면 그 위치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신체기관에도 감각이나 운동이상을 나타내는데, 예를 들어 편두통 등도 이러한 이유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증세는 약물적, 수술적 처치가 불필요한 것으로 진단된다면 우선적으로 목과 어깨부위의 긴장된 근육을 스트레칭하고, 상부와 하부의 승모근이나 삼각근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생활 가운데 한 자세로 장시간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자세를 수시로 점검하고 고치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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