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의 왕(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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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왕(6)
  • 지옥임 수필가
  • 승인 2020.02.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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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임 수필가
지옥임 수필가

▲왕들의 수명
단종(조선 6대 왕) 재위 3년 2개월, 17세의 나이로 짧게 살다간 단종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읽어도 가슴이 짠하다. 왕족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일반 여염집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크나큰 축복이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어느 한 임금에서 태어난 왕자들 중 선택된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불행의 씨앗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종의 숙부 세조(7대 왕 수양대군)를 보면 친형제건, 충신이건 나와 생각이 다르면 무조건 제거해버리는 극악무도한 살인마에 불과하다. 그렇게 해서 왕의 자리를 찬탈해봤자 재위 13년 3개월, 그 짧은 기간을 누리기 위해 평생을 불안하고 가슴 조이며 살아야 했다. 또한 자식(의경세자, 8대 왕 예종)들까지 불안에 떨며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 비극을 겪어야 하는 운명을 보면 하늘은 결코 무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역사에 길이길이 악평을 받는 수양대군(세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조 역사상 가장 잔인한 간신으로 알려진 한명회 역시, 세조를 등에 업고 그 시절 압구정이란 정자를 짓고 세조보다 더 화려한 한세상을 풍류하고 살았다.
 

한명회는 세조와 사돈을 맺어 딸(예종비 장순왕후, 성종비 공혜왕후)을 둘이나 궁궐로 시집보냈다. 그러나 둘 다 17세에 죽는다. 한명회 역시 죽어서 부관참시를 당하는 참으로 후세들에게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과연 명예란 한순간인 것을 인륜을 저버리고 하늘과 땅에 부끄러운 삶이 역사에 길이 남는다는 것을 그때나 지금이나 어찌하여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정순定順 왕후
짧게 살다간 단종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알려졌지만 단종의 비(정순定順 왕후)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 없다. 조선 6대 왕 단종의 비 정순왕후는 판동영 부사 송(여산 송씨)현수의 딸, 15세에 가례를 올렸다. 정순왕후는 단종보다 1년 연상이다. 단종은 3년 2개월 재위하고 상왕의 자리로 물러나 죄인의 누명을 쓰고 있다가 또다시 청령포로 쫓겨 간다. 그날이 1457년 6월 14일, 장맛비가 눈물이 되어 하염없이 내렸다.

궁과의 마지막 인연을 끊고 떠나는 단종대왕은 동대문 (홍인지문) 영미다리에 도달해 정순왕후를 만나 이별을 한다. 단종이 정순왕후와 만난 뒤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이별을 한 다리라 해서 영미다리가 영도교가 되었다. 정순왕후는 영미다리(영도교)에서 단종과 이별 후 창신동 골짜기를 지나 영미다리가 보이는 산꼭대기에서 통곡을 했다.

단종을 쫓아낸 수양대군은 정순왕후가 지낼 수 있는 집을 지어 주었으나 정순왕후는 그 집에 들어가 살지 않았다. 정순왕후는 청룡사와 동망봉 중간에다 두 칸 되는 초막을 짓고 살면서, 세 명의 시녀가 구해오는 양도로 끼니를 이어가며 나라에서 나오는 곡물은 일체 거부하고 평생을 하얀 소복차림으로 지냈다. 정순왕후의 통곡소리가 들릴 때마다 동네 여인들도 같이 통곡을 했다하여 이름을 동정곡이라 했다.

창신동 골짜기에는 정순왕후가 사용했던 샘터가 있다. 자주동천이라 쓰여 있다. 자주색 물감을 들이는 날은 자주색 냇물이 흐르고, 남색 물감을 들이는 날은 남색 물이 흐른다하여 자줏골, 남색골이라 불렀다. 정순왕후는 비단에 물감을 들여 팔아가며 피맺히고 한 서린 기구한 운명을 살면서도 82세까지 살았다. 정순왕후가 살던 곳을 정업원이라 불렀다. 

단종대왕에게는 누이가 한분 계셨다. 매형은 해주정씨(정종) 매형도 (계유 정란)수양대군이 단종의 자리를 빼앗을 때 충신들과 함께 목숨을 잃었다. 매형의 아들 정미수를 양자로 해줄 것을 왕에게 청해 조선 9대 성종대왕에게 허락을 받았다. 정미수는 정순왕후를 정성껏 모셨다. 82세에 돌아가신 정순왕후는 해주정씨 선산에 묻혔다. 정미수의 아들 정승휴도 정순왕후의 3년 상을 입는 등 효도를 다했다. 매년 3월 마지막 수요일에 정순왕후를 모신 곳에서는 봉향제가 올려진다. 

정순왕후는 단종이 돌아가시고 59년이 흐른 뒤에야 단종이 묻힌 곳을 알았다고 한다. 그 뒤로 14대 임금 선조, 19대 숙종, 21대 영조, 22대 정조, 와 송시열을 비롯한 충신들이 단종대왕과 정순왕후의 넋을 기리며 추모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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