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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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27)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0.03.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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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화
우선 꽃 이름에 사연이 있는 듯하다. 옛날 어떤 처녀가 수행하는 스님을 사모했지만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숨을 거두었는데, 어느 날 그 스님 방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자 사람들은 상사병으로 죽은 처녀의 넋이 꽃이 되었다고 하는 전설이 있다. 잎이 경칩과 춘분 무렵에 새싹으로 돋아나 봄을 보내며 자라다가 백중(8~9월) 무렵에 꽃대가 나와 추석 즈음 꽃이 핀다. 잎은 붉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보지 못 한다.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을 상사화사랑이라 한다. 이런 딱한 사정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 꽃말이 되었다. 수년 전, 모종을 분양받아 대문 옆 큰 정원석 앞에 심었는데, 무성하던 잎은 사라지고 긴 꽃대를 올려 아름답고 우아한 꽃을 피웠다.

△나팔꽃
아주 먼 옛날 한 고을에 그림을 썩 잘 그리는 화공(畫工)의 부인은 빼어난 미인이었다. 그 고을을 다스리는 원님은 백성들의 원성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욕심을 채우기에 바빴다. 궁리 끝에 화공부인에게 억울한 죄명을 덮어씌워 감옥에 가두고 말았다. 죄도 없이 하루아침에 죄인이 된 화공부인은 남편을 그리며 많은 날을 눈물로 지새우고, 원님의 온갖 유혹에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뿌리쳤다. 남편 화공은 걱정걱정하다 그림 한 장을 완성하고 부인이 갇혀 있는 옥으로 갔다. 옥 밑 흙을 파내고 그림을 묻었다. 그리고 화공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가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그 후부터 옥 안에 갇힌 부인은 밤마다, 남편이 나타나서 섧게 눈물을 흘리다가 사라지는 꿈을 꾸었다. 부인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그곳에는 한 줄기의 아름다운 덩굴 꽃이 피어 있었는데, 원한에 사무쳐 죽은 남편의 넋이 꽃으로 태어난 ‘나팔꽃’이었다. 그래서 <결속, 허무한 사랑>이란 꽃말이 생겨난 듯하다. 우리 집 울타리 펜스를 감고 오르며 분홍색 꽃을 피우고 있다.

△맥문동꽃
맥문동은 상록식물로 겨울에도 푸른 잎이 남아 있는 생명력이 강한 야생화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잎은 부추처럼 생겼으며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기 때문에 ‘맥문동(麥門冬)’이란 이름이 생겼다. 꽃대를 높이 올려 자줏빛 수상꽃차례 마디에 3~5개씩 달려 무리지어 한꺼번에 피는데, 멀찌감치에서 보면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꽃말은 <흑진주, 겸손, 인내>이다.

△수련목꽃
나무에 피는 꽃이 수련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아프리카 원산으로 3m까지 자라며, 줄기 끝 부분의 잎겨드랑이에서 피는 연보라색 꽃잎 크기 4cm 정도 5장의 꽃잎과 꽃받침 사이사이에 피어 수련과 매우 유사하다. 사철 푸른 나무로, 실내 월동하며 화분에 심어 키우고 꺾꽂이하여 번식한다. 꽃말은 <깨끗한 마음, 청순한 마음>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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