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12)
상태바
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 뿌리고(12)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1.04.01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질정관 회환 후 선상8조소

음식문화와 연회의 풍속을 개선하자는『식품 연음의 제』에서 조헌은 우리사회의 잘못된 풍조를 다음과 같이 비판한다.

“우리나라의 풍속은 오로지 풍성한 음식에다 많이 마시는 것에 힘써서 재물이 바닥이 나도 걱정할 줄을 모르고 백성이 곤궁해도 구제할 줄을 모르며 위에서 명 해도 따를 줄을 모른 채 자연의 물산을 쓸데없이 소모하고 나라의 근본인 백성을 해치는 일이 끝이 없습니다. 아, 이것이 무슨 풍속이기에 이를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중국의 관리는 닭 한 마리도 민간에서 거두지 아니하는데 우리나라 관원은 자신의 구복을 채우려고 해독을 끼치는 것이 몇 천 가지인지 모릅니다. 군신이 맹세를 하고 서둘러 음식을 검소하게 하고 진공을 올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는 관리들의 낭비 행태를 낱낱이 제시하면서 백성을 해치는 이것이 무슨 좋은 풍속이라고 고치지 않느냐고 임금에게 묻는다.

그리고 임금부터 검소한 생활의 실천을 강조하면서 이와 같은 그릇된 사회풍조의 전환이 시급함을 제안했다.

『사부 읍양의 예』에서 “우리나라의 관리들은 예모가 허술하고 폐풍이 만연되어 있고 좌랑이 정랑을 쳐다 보지도 못하고 말할 정도이니 상하 간에 무슨 의논이 가능하겠으며 업무가 신속히 처리되겠느냐”고 비판한다.

또한, “백성들의 송사는 뇌물을 주지 않으면 판결을 하지 않는 실정이니 이를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헌은 일찍이 여러 고을의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에 힘써 왔다.

그는 교육제도의 개선에 대한『사생 상접의 예』에서 인재 양성을 위한 제도의 개선을 제시했다.

허례적인 사생의 예를 지양하고 학생을 가르치는 교관에게 급료를 지급해야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개혁적인 교육진흥론을 낸 것이다.

『향려 습속의 미』에서 인심은 날로 천박해지고 강상의 도는 더욱 어지러워졌으니 어찌 백성이 분발을 하겠는가.

이는 임금이 가르치는 것에 극진하지 못하고 수령들의 태만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 도를 알고 아름다운 풍속이 일어나도록 향약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마지막으로 조헌은 “군대의 강약은 지휘관의 우열에 있는 것이지 군대의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그는 직접 목격한 명나라 군대의 행군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바를 『군사 기율의 엄』에서 이렇게 논했다.

“신이 계주지방에서 보졸 수천 명이 군량을 싣고 가는 것을 목격하였는데 감히 남의 재물을 약탈하지 않았으며 나귀와 노새가 끄는 수레 수십 대가 밭 옆에서 쉬는데도 감히 볏단 하나도 가져가는 일이 없었습니다. 신이 물어보니 주장인 총병관의 엄한 명령에서 나온 것으로 군사들은 명령이 두려워 감히 백성들을 괴롭히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명나라 군대의 기강에 비해서 조선군의 실태를 이렇게 비판한다.

“서해평에서 오랑캐의 벼를 베어 버리는 거사를 할 때에 군사들의 통제가 되지 않고 지나가는 곳마다 멋대로 민가의 곡식을 취해 말을 먹이는 등 군대의 해를 입은 백성이 원통히 울부짖는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는 군대기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더불어 장수는 반드시 문무를 갖추도록 해야 하고 군대가 제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평소 훈련에 힘써야 한다는 국방강화론을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이상 선상8조소의 주요 내용이었다.

상소는 사회적 폐단을 바로잡고 백성을 구휼하는데 힘쓰고 사풍과 민풍을 바로 하여 나라를 튼튼히 할 것을 간절히 바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조헌은 이를 하루 속히 시행하고 싶은 생각에 귀국 즉시 상소를 올렸다.

그러나 이를 받은 선조는 “천 백리 풍속은 서로 다른데 만약 풍기와 습속이 다른 것을 헤아리지 않고 억지로 행하려고 하면 끝내 소요만 일으킬 뿐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하여 조헌이 올린 개혁적인 제안을 채택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