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대 훈련과 우리나라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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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대 훈련과 우리나라의 산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교수
  • 승인 2021.04.0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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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과거 일처럼 느껴지지만 코로나 19 이전에는 네팔 등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았다.

유달리 히말라야 트레킹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우리나라 국토의 2/3가 산으로 이루어졌고 그래서 등산애호가의 저변이 넓은 까닭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축복받은 땅인 것 같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적당한 높이의 산을 찾아서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들, 특히 장거리종목의 선수들은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의 고지대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지대에서는 대기압이 평지보다 낮고 그로 인해 산소의 분압이 낮은 환경이다.

고지대 훈련은 이러한 저산소성 자극에 인체가 노출되었을 때 산소운반과 산소이용의 효율성이 높아지는 적응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시작되었다.

고지훈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1968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올림픽경기가 계기가 되었다.

해발 2,240m인 멕시코시티를 비롯해서 고지대에서 열린 여러 경기에서 장거리 지구성 종목에서 기록이 현저하게 저하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산소를 이용한 에너지 공급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구력 종목에 이러한 고지대 저산소환경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반면에 지구력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단거리 육상이나 투척종목에서는 획기적인 세계기록이 많이 수립되었다.

공기저항이 적고 중력의 영향을 적게 받는 고지 환경이 이들 종목에는 유리하게 작용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올림픽 이후 고지대 환경에서의 훈련 효과에 대해서는 2,000년대까지도 상반된 연구결과로 인해 회의적인 견해도 적지 않았다.

현재는 일부 논란이 존재하지만 적절한 고도와 훈련조건이 충족된다면 고지대 훈련의 효과를 뚜렷이 거둘 수 있다는 증거가 확인되고 있다.

고지대 훈련에 의해서 나타나는 가장 뚜렷한 변화 중의 하나는 혈액 중의 적혈구수가 증가하는 것이다.

인체가 저산소상태에 노출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콩팥에서 에리쓰로포이에틴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는데 이 호르몬은 뼈의 골수로부터 적혈구의 생성을 자극하는 작용을 한다.

또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도 증가하는데 이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직접 결합하는 작용을 한다.

이러한 변화는 저산소 조건에서도 산소를 조직세포에게 보다 효율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적응현상인 것이다.

고지훈련을 위한 적절한 고도는 해발 2,000m에서 2,700m정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발 3,000m 이상에서는 저산소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부담 때문에 평지에서와 같이 높은 강도로 훈련할 수 없고 사람에 따라서 고산병에 걸릴 위험성도 있어서 권장되지 않는다.

고지대에서의 훈련기간은 대체로 3주 또는 4주 정도가 바람직하고 고지대 훈련을 통해 얻어진 인체의 적응효과는 평지에 내려와서 2주나 3주까지 유지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지대 훈련은 대체로 경기를 5~6주 정도 앞두고 계획하는 것을 권장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고지대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한라산의 정상이 해발 1,950m로 가장 높고 뒤를 이어 지리산 천왕봉이 1,915m이며 설악산 대청봉이 1,707m이다. 그 외 대부분의 산은 높다고 해도 해발 1,000m를 넘지 않는다.

그렇지만 서두에 말했듯이 우리나라는 축복받은 땅임에 틀림이 없다.

꼭 등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자연을 품은 산은 수많은 혜택을 베풀어 준다.

산은 수많은 식물과 나무와 계곡과 물과 생명을 품은 자연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들은 인간이 범접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고 위험해 보이는 자연이 아니라 언제나 찾아가도 정겹게 우리를 품어주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매일 찾아가는 뒷산에서부터 주말에 찾아가는 조금 멀리 떨어진 산까지 언제나 편하게 찾아갈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자연이다.

그러한 친구와 가깝게 지낸다면 고지대를 애써 찾아가서 훈련하는 것 이상으로 큰 혜택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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