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례에 역행하는 옥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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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례에 역행하는 옥천군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2.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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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에 이주한 귀농인과 귀촌인의 안정적인 정착을 유도하여 옥천군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귀농·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둔다’(제1조)는 옥천군 귀농·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언뜻 들으면 옥천군은 귀농·귀촌인들에 대해 대단한 정책이라도 세워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더욱이 ‘군수는 귀농·귀촌인이 안정적인 농촌 정착 및 농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제3조)라는 의무조항까지 있는걸 보면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고 있는 사람은 누구라도 옥천으로 오기만 하면 일사천리로 모든 일들이 진행될거라는 착각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 지금 옥천군은 그런 착각 속에서 헤매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말만 번지르한 옥천군 귀농·귀촌 정책을 한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허망함을 넘어 배신감까지 든다.

지난해 4월 경기도 평택에서 귀농에 대한 푸른 꿈을 안고 청마리에 터를 잡은 K씨 등 4명이 좋은 사례다. 지역 실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옥천군의 귀농·귀촌 정책 하나만 믿고 짐을 풀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나는 크고 작은 일들은 그 많은 지역을 놔두고 “왜 하필 옥천으로 목적지를 정했을까”하는 회환만 들 뿐이다. 

당장에 머물 집을 구하는 것부터 농사 지을 땅을 사는 일, 주민과의 관계 형성 등 어느 것 하나 지자체나 마을 주민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저 자신들이 알아서 귀동냥하고 알아서 눈치껏 살아가는 방법 외에 달리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했다.

사실 옥천군과 같이 인구소멸지역에 접어든 군소 지자체로서는 단 한 명의 인구도 아쉬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해 말 기준 옥천군 인구는 50,093명으로 늦어도 이달 말이면 5만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K씨와 같이 자진해서 옥천으로 주소를 옮기고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옥천으로서는 축복 그 이상이다. 그것도 30대 젊은이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천군 관계 부서는 귀농·귀촌인들의 삶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나 계획도 없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사정을 더 모르고 있다. ‘귀농·귀촌’에 대해 물으면 기껏 한다는 말이 “(그런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듣는다”라는 식이니 더 이상 말해 무엇하랴. 담당자의 무책임한 말에 한없는 실망감과 분노를 느낀다.

옥천군은 지금 분명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자신들이 정해 놓은 조례를 지키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러한 일을 하라고 만들어 놓은 부서마저도 그저 시간때우기 식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차라리 그런 부서는 없애 버리고 귀농·귀촌 관련 조례도 폐기하는게 맞다. 실행에 옮기지도 못할 조례는 뭐하라 만들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뭐하러 하는가. 차라리 그러한 조례나 부서가 없으면 아예 옥천이라는 지역으로 귀농을 생각지도 않았을 것이며 지금과 같이 누구를 탓하거나 원망을 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원한다. 아무리 지역발전을 위해 긴급하고 발 등에 떨어진 불이라 할지라도 지자체가 내놓은 정책 하나만 믿고 삶의 근거지를 옮긴 귀농·귀촌인들에게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주지 말 것을, 지자체 하나만 믿고 삶의 보금자리를 튼 귀농·귀촌인들에게 더 이상 배신 당한 느낌을 주지 말기를. 

잘 알지 않는가, 마음의 상처와 배신을 당한 사람들이 당신들보다 덜 똑똑하고 힘이 없어서 당하는게 아니다. 비록 당한 나 자신은 힘이 없을지 몰라도 누군가와 힘을 합치면 상상을 초월하는 집단력이 생긴다는 것을. 

제발, 선량한 사람들을 악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라. 그리고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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