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산다고 하면 우선 산속에 들어가 사는 자연인이 떠오를 것이다. 자연인이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사전적 의미를 인용하면 ‘법이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자연적 생활체로서의 인간’을 말한다. 즉, 재단이나 법인에 대립되는 개인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자연인이라 함은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고 있는 자연인에 관한 프로그램이 떠오를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이 도시생활을 접고 자연 속에 들어가 살고 있는 단순한 삶을 보여주는 것인데 시청률이 높다. 어찌 보면 문명 생활에 반하는 극단적인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사연과 생활을 보여주는 영상이다.
자연 속에서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몸이 아파서 자연치료로 회복하려는 경우도 있고 사업의 실패나 사람과의 관계에서 상처받고 은둔의 삶을 선택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그렇게 살아보려는 꿈을 가졌던 사람들이다. 단순한 생활의 대부분은 자연에서 먹거리와 약초를 구하고 채마밭을 일구며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문명을 거부하는 삶은 아니다. 현지에서 조달할 수 없는 것은 구매한다. 가족이 도시나 인근에 살기도 하고 지인들도 방문한다.
현대인들은 도시를 떠나 아무것도 없이 오롯하게 살기 불가능하다. 인류의 생존 자체가 문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 자연과 조화롭게 산다는 것은 깊은 산속에 들어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소도시 읍‧면 지역의 농어촌이나 산촌에 가서 같이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삶은 문명과의 단절이 아니라 문명의 적당한 이용이다. 주요 핵심은 바쁘고 경쟁적인 도시 생활의 피로감에서 벗어나 많은 시간을 자연과 대면하면서 즐거움을 갖는 일이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일부 큰 도시를 제외하고 대부분이 자연 지형의 농촌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오늘의 개념으로 보면 방송의 자연인보다 더한 자연인들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자연인들이었다. 지금은 자연인으로 살려고 아무리 깊은 산중에 들어가더라도 대부분은 자동차로 접근이 가능한 지역이다. 인근 지역에 도시형태의 마을이 존재하며 필요시 충분히 이용할 수 있고 문화적인 삶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환경이라도 도시 생활보다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자연을 동경하고 그 속에서 살기를 꿈꾸는걸까.
우선 자연과 밀접하게 되면 많은 것을 내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자연과의 대면을 통해 본래의 자신으로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마음에 응어리진 각종 미움과 원망, 후회 등도 미련없이 버릴 수 있게 된다. 또한, 가졌던 많은 욕심이 없어지고 최소한의 것으로 만족하게 된다. 더욱이 자연생활을 통해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귀농과 귀촌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러나 하는 일의 규모가 너무 커서 이전에 추구하던 삶과 유사하다면 자연과 조화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터를 농어촌이나 산촌으로 이전한 결과 밖에는 안 된다. 요즈음에는 도시 생활의 경쟁에서 지친 많은 젊은이들이 산속은 아니더라도 읍·면 지역으로 와서 생활의 문제도 해결하고 자연을 즐기며 사는 것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그중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단순한 생활이 힘들어 다시 도시로 가는 경우도 있다. 당연히 상상하던 생활과는 다르다. 결정은 현실을 충분하게 파악한 후에 해야 한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며 즐기는 방법은 나이와 연륜, 구성원에 따라 다양하다. 어떤 형태의 삶이라도 본인들이 선택하는 일이다. 인생의 어느 시점이라도 좋으니 자연과 더불어 한번 살아볼 것을 권한다.
젊은 사람들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여유를 가지고 실천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젊은이들에 비해 나이든 사람들이나 은퇴자들은 결정이 비교적 쉽다. 많은 경우 어린 시절 농어촌 경험이 있고 자연 속에서 살 때 고려할 사항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관점을 조금 바꾼다면 여러 가지 불편한 점에도 불구하고 자연과 어울려서 살아보는 일은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 먹기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