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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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봉(重峯) 조헌(趙憲) 선생 일대기 지당에 비뿌리고(70)
  • 조종영 작가
  • 승인 2022.06.1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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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번의 죽음이 있을 뿐이다

명장을 미리 변방에 배치하라.
  
그는 먼저 왜적의 침공에 대비하는 군사의 운용에 큰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적의 예상 공격로와 주요 요충지에 조방장으로 대비하다가 적이 침공한 연후에 서울에 있는 명장이 출동하는 체제로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는 도성의 수비를 염려해서였으나 공격하는 적의 기세를 조기에 꺾어 변방에서 적을 물리쳐야 하는 현실과는 서로 배치되었다. 만약에 변방의 방어가 소홀하여 조기에 무너진다면 이 또한 서울도 온전할 수가 없는 것이다. 조헌은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전에 명장을 4도의 변방에 배치하여 미리 적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신이 저보(邸報, 京邸에서 지방으로 띄우는 문서)에서 변방의 인사 배치를 보니 조방장만을 4도에 나누어 보내고 행위(行謂) 명장은 요충지에 미리 보내지 않으니 신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예부터 왜적이 침공할 때에는 반드시 그 지방의 정예한 병사를 뽑아 선봉으로 삼으므로 우리도 반드시 명장으로 대적하게 했다가 혹 기회를 보아 그 선봉을 꺾음으로써 후군을 무너뜨려 흩어지게 하거나 혹 싸우기가 어렵게 되면 성벽을 굳게 닫고 들에는 곡식이 없게 깨끗이 치우고 적의 굶주림과 피곤만을 기다려 버티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풍신수길의 선봉 부대를 조방장으로 넉넉히 맞아 싸울 수 있다고 한다면 큰 오산이라 생각합니다. 혹자는 근본 즉 서울이 염려가 되므로 당대의 이름있는 장수는 바깥 땅에 내보낼 수 없다고 하나 반역도당을 모조리 무찔러 나라의 위세가 떨치고 있는 지금은 어진 신하가 잘 보좌한다면 조정은 안정할 것이니, 변방 관문이 무너지는 것이 더 큰 근심이 아니겠습니까. 어떤 사람은 왜적의 배가 정박할 곳이 하나 둘이 아니어서 만일 호해(湖海 호남지역의 바다)와 기성(畿城 기호지방)의 지역에 나누어서 정박한다면 명장이 안에 있다가 그 지역으로 가는 것이 좋은 계책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깊이 생각하지 않은 것입니다. 왜국 사신이 말하기를 중원으로 가는 길은 관문과 요새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니 적이 와서 싸울 곳은 결코 이곳이 될 것입니다” 

적이 오는 것을 보고 서울에서 명장이 출동하는 것은 시간상으로 너무 늦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능한 장수를 주요 상륙지역이나 관문의 요충지에 미리 배치하여 변방에서 적을 물리쳐야 한다. 그는 과거의 전례를 들어가며 유능한 장수를 미리 변방에 보내고 장수를 선발하여 보낼 때에는 백성들의 목숨을 함부로 하지 못하도록 엄히 명령할 것을 요구했다.

“신이 정해년(丁亥年)에 남쪽을 정벌하는 군대를 보니 적선이 이미 물러간 뒤에 도착되므로 적의 내습(來襲)을 막는 데에는 조금도 도움이 된 바 없었고 역마(驛馬)가 부족하다고 하여 역관만 죽음을 당하였으며 경계가 소홀하다 하여 변방의 장사가 박살되었으니 서너 사람의 장수가 바뀌어 순행한 뒤면 소읍(小邑)의 병방(兵房) 가운데 조금이라도 활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은 낙심하고 얼굴빛이 변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오직 호령(號令)이 엄하기만 힘쓰고 이어 바칠 물건이 없음은 알지 못하므로 한 가지 반찬이라도 풍성하지 않으면 주리(主吏)를 태형으로 다스려서 거의 죽게 만들고 한 가지 일이라도 잘못된 것을 알면 읍재(邑宰)를 때려 죽게 하니 오직 포악한 형벌로 위엄을 할 줄만 알고 인의(仁義)로써 감동시킬 줄은 모르니 남쪽 백성이 이 같이 무거운 곤경에 처하여 주현(州縣) 하나도 온전한 곳이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장수를 송나라 태조의 경계를 비거(備擧 빠짐없이 갖춤)하여 우리의 관리와 백성을 잔인하게 죽이지 못하도록 하고 또 오기(吳起 오자)의 자율적 정신으로 삼군의 마음을 격동케 하여서 점점 윗사람을 섬기고 어른을 위하여 죽을 줄 아는 의리를 깨닫게 하십시오. 그리고 세 번을 명령하고 다섯 차례를 거듭 말하여도 행오(行伍)를 모르는 사람에 한해서만 군율로써 다스리게 한다면 위엄과 사랑이 겸전하게 되어 아무리 어려운 지경이 닥쳐와도 배반하려고 하는 마음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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