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31)
상태바
[꽃 이야기] 뜰 안의 야생화(131)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2.06.16 1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성초

옛날 제주도에 화산의 아들(火)과 바다 왕의 공주(水)가 서로 사랑하여 이들은 결혼을 약속했다. 그런데 한라산 산신인 할머니가 불(火)과 물(水)은 궁합이 맞지 않는다고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했다. 

그러나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서로 열렬히 사랑했다. 그 후 공주는 사랑의 결실로 생긴 아이를 출산하다 잘못되어 그만 죽고 말았다. 이후 죽은 공주의 무덤에서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었는데 그 풀의 냄새를 맡아보니 물고기 냄새가 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풀을 어성초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길게 뻗고 줄기 높이가 20~50cm 정도 되며 잎은 어긋나고 끝이 뾰족하다. 꽃은 5~6월에 피고 줄기 끝에서 나온 짧은 꽃줄기 끝에 수상꽃차례(한 개의 긴 꽃대 둘레에 여러 개의 꽃이 이삭 모양으로 핀다.)를 이루며 흰색 꽃잎 4개가 달리는데 ‘기다림’이 꽃말이다. 

파초

옛날 중국 정나라의 한 나무꾼이 산에 나무하러 갔다가 사슴을 잡아 파초 잎으로 덮어두고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감추어 둔 사슴이 생각나 산으로 찾아갔지만 어디에 숨겨두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 한갓 꿈으로 돌려버렸다. 이것을 중국고사에서 초록몽(蕉鹿夢)이라 하는데 세상 일이 허무하며 꿈과 같이 덧없을 때 쓰는 말이다. 파초 잎이 사슴 한 마리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는 데서 비롯된 고사이기도 하다. 

또 오학사라는 분이 있었는데 그는 졸음이 와 몽롱한 중에 한 미녀를 만났다. “실례지만 이름이 뭐요?” 그는 그녀의 미모에 넋을 잃고 물었다. “초(蕉)라고 합니다.” 미녀는 이렇게 대답하고 사라지려 했다. 그는 엉겁결에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아끌었는데 그만 한 쪽이 찢어지며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정신을 차린 오학사는 자신이 동헌에 앉아 꿈을 꾼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의 손에 쥐어있는 것은 미녀의 치맛자락이 아닌 파초 잎이었다. 그는 뜰에 내려와 화단을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파초 한 잎이 찢어져 있었고 그의 손에 쥐어진 파초 잎을 맞추어 보니 놀랍게도 꼭 들어맞았다. 때문에 꿈속의 미녀는 파초의 영(靈)이었다는 것이다. 

파초는 꽃이 쉽사리 피지 않는다고 해서 우담화(優曇華 udumbara)라고도 한다. 우담화는 인도의 상상상(想像上)의 나무인데 3천 년에 한 번씩 꽃이 핀다고 한다. 꽃말은 ‘미인’이다. 

캥거루포꽃

호주 서부 원산인 캥거루포는 2m 정도 높이로 자라고 옐로, 그린, 핑크 등의 긴 관 모양의 꽃을 피운다. 줄기는 직선 혹은 칼 모양의 잎 위에 큰 키의 가지를 뻗는다. 

너무 독특하고 개성이 강한 야생화로 시선을 사로잡는데, 꽃말은 ‘신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