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회복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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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 회복이 급선무다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2.08.25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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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도 하지 않는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면 어떻겠는가. 일단은 누구든지 말도 안되는 말이라고 일축할 것이다. 더욱이 그러한 제품을 정부가 운영하는 조달청 나라장터에 버젓이 등록을 해놓고 낙찰을 받는다면. 

이는 누가 뭐래도 상식을 벗어난 비도덕적 행위이며 당연히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가하는 것이 마땅하다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그로 인해 상대적 불이익을 받는 업체가 있다면 더더욱 상도(商道)에도 어긋나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그런데 이러한 일이 이곳 옥천에서 일어나고 있다. 콘크리트 블록제품을 전문으로 생산하고 있는 D업체. D업체 대표는 “가동을 하지 않는건 맞다. 하지만, 기왕 만든 제품 버릴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 아무리 공장을 가동하지 않는다 해서 이미 만들어 놓은 제품을 버릴 수는 없다. 당연히 팔아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는 다른 부분이 더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상인(장삿꾼)에게는 ‘상도(商道)’라는게 있다. 국립국어원이 발행하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상업 활동에서 지켜야 할 도덕. 특히 상업자들 사이에서 지켜야 할 도의를 이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른 말로는 ‘상도덕’이라고도 한다.

바로 그거다. 여기서 말하는 ‘상도’는 비단 상업행위를 하는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이든 교육자든, 건설업자든 무슨 업종에 종사하든 반드시 거기에는 그곳 나름의 질서(길, 道)가 있는 법이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하며 교육자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말을 해야 한다. 또 건설업자는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어 수요자에게 공급을 해야 한다. 그게 바로 ‘상도’다. 

그런데 정치인이 허구헌날 거짓말만 하고 교육자가 학생들에게 남을 속이는 방법이나 가르치고 건설업자가 짓자마자 무너져 버리는 건물을 짓는다면 우리 사회는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문제의 콘크리트 블록 제조업자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공장이 가동을 하지도 않는데 마치 그곳에서 정상적으로 제품을 생산한 것처럼 납품을 한다면 이는 상도를 벗어남은 물론 상거래질서마저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특히 ‘나라장터’라는 홈페이지는 조달청이라는 정부기관이 운영하는 사이트로 철저히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나라장터’에 올라 와 있는 제품들은 정부에서 인정하는 업체이니만큼 액면 그대로 믿고 구매해도 좋다는 일종의 암묵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모든 지자체와 국·공립기관들이 이 ‘나라장터’를 통해 물건들을 구입하고 있다.

그런 ‘나라장터’에 등록만 해놓고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면 이는 분명한 배신행위다. 더욱이 ‘직접생산’을 가장 큰 무기로 삼고 있는 ‘나라장터’에도 엄청난 타격을 주는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취재를 하자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과 대표가 서로 말이 다르다면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직원 입장에서는 가동이 안된다 할지라도 가동이 된다고 말해야 남들이 보기에 정상적으로 회사가 운영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회사 대표가 “가동이 안된다”고 말하면 그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작금의 사회는 투명성과 신뢰를 가장 큰 척도로 삼고 있다. 만에 하나 어느 것 하나라도 지켜지지 못하거나 실추가 된다면 그 조직(회사)은 더 이상 발붙일 수가 없다. 아니, 스스로 사라져 주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선의의 피해를 주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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