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누가 이 사람을 죽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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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누가 이 사람을 죽게 했는가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3.02.16 15: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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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옥천읍 삼청리 소재 노인전문요양병원인 ‘도담노인요양병원’(이하 도담)이 문제 해결은커녕 시간이 흐를수록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급기야 지난 11일에는 이 병원에서 실습생으로 일했던 30대 여성이 목을 매고 말았다. 더욱이 이 여성은 올해 22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식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사실 도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말 옥천향수신문이 도담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급여를 제때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렵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이 넘도록 임금을 받지 못한 13명의 근로자들은 새로운 경영진을 상대로 수차례에 걸쳐 임금지급을 요구했으나 그때마다 도담은 주겠다는 말만 할 뿐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문제는 도담을 인수한 새 경영진에 대한 경영능력 의혹에서 출발했다. 즉, 이미 도담에 대해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고 무려 6억 원이 넘는 임금과 각종 미결제액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병원을 인수했다는 사실이 의혹의 정점에 있었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의 경우 이렇듯 부실하고 형편없는 병원을 어느 누가 인수를 하려 하겠는가 하는 것이다. 분명 인수자는 병원 정상화와는 거리가 먼 꿍꿍이속이 있지 않고서는 부실투성이인 병원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는 게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결국 새 경영진은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근로자들을 상대로 “당신들 말고도 의료진은 이미 확보해 두었다”라는 이해 못할 말로 오히려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서 나가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 경우 새로운 사람들이 몇 달 임금 밀린다고 노동부에 진정할리가 만무할 것이라는 얄팍한 생각을 밑바탕에 깔았다. 그리고 새 경영진은 병원과 관련한 모든 문제는 새 경인진이 책임지겠다고 확인서까지 썼다. 그러고도 지금에 와서는 그런 확인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도대체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됐는지 도저히 말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1일 목을 매 이승을 마감한 이 모 씨의 경우는 너무도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도담은 간호실습생으로 임금도 없이 봉사하던 이 모 씨에게 “병원 내 모든 문제를 언론에 알렸다”며 그녀에게 “‘신문사에 가서 정정보도를 하도록 말을 해라’ ‘반성문을 써라’ ‘무릎 꿇고 빌어라. 그러면 이 문제(영업방해, 도담은 퇴사자들이 퇴사를 함으로 인해 병원 운영에 방해를 주었다고 주장한다)에서 빼주겠다”며 갖은 압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압박에 못이긴 이 씨는 결국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다. 얼마나 집요하고 끈질기게 괴롭혔으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겠는가. 정작 옥천향수신문은 이 씨의 이름은커녕 전화조차 걸어본 적이 없는데도 말이다. 순전히 도담 측이 억측으로 몰고 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하나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도담과 관련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말, 당시 도담 근로자들은 옥천군에 임금을 받게 해 달라고 면담을 실시했다. 그러나 두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고용노동부나 옥천군이나 어느 한 곳에서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그저 자신들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특히 옥천향수신문이 이 문제와 관련 수차례에 걸쳐 기사화하고 관계자들을 만나 해결을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행정 권한 밖이다”라는 말로만 일관해 왔다. 

우리는 묻고 싶다.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생을 포기해야만 관심을 가질 것인가,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와야만 돌아볼 것인가. 이게 무슨 사람 사는 세상인가. 이러고도 군민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는 옥천군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도담도 옥천군도 모두가 공범이다. 이 자리를 빌어 순전히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세상을 하직한 22개월 된 아이의 엄마에게 몀복을 빈다. 그리고 그러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끝까지 파헤칠 것을 약속한다. 설령 일심상의 위해(危害)가 닥친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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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죤 백곰 2023-02-22 13:56:55
이 시대의 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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