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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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興)
  • 이종구 수필가
  • 승인 2023.03.1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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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천안 지방의 민요에 ‘흥타령’이 있다. “천안 삼거리 흥∼/능수야 버들은 흥∼/제멋에 겨워서 흥∼/축 늘어졌구나 흥∼/(후렴)에루화 좋구나 흥∼/ 성화가 났구나 흥∼”이라는 가사처럼 興이 나는 노래이다. 

이 노래를 “천안 삼거리 興/能手야 벗들아 興/제멋에 겨워서 興 /죽 늘어섰구나 興/御史花 좋구나 興/聖話가 났구나 興”으로 바꾸어 보면 정말 興하는 노래이다. 

솜씨 좋은 사람들이 친구가 되어 셀 수 없이 많이 줄을 서서 가는 모습; 삼남지방에서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이 모여지는 곳 - 그래서 천안 삼거리이다. 

거기에 어사화를 꽂은 과거 시험 급제자들, 그리고 학문을 닦고 나라의 동량이 되어 어진 마음(성인의 말)으로 백성을 다스리기를 바라는 그 모습이다. 

그것이 바로 興이 아니고 무엇일까? 흥타령에서의 興은 바로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이다.

매헌 윤봉길 의사는 부흥원(復興院)을 조직하여 농촌 부흥 운동을 하면서 학예회를 열어 농민들을 계몽하였다. 이렇듯 興은 우리 역사 가운데 늘 민족의 힘으로 존재하여 왔다. 제1공화국 시절인 1955년에는 부흥부라는 정부 부처가 있었다. 한국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 문화 등을 다시 일으키는 일이 시급하였기에 부흥(復興 : 쇠퇴하고 가라앉은 것이 다시 일어난다)을 담당할 부서가 필요했던 시기이다. 

교회에서는 심령대부흥회(復興會)라는 특별 집회를 갖기도 한다. 나태해진 신앙심을 일으키기 위해, 하기 쉬운 말로 활성화하기 위해 하는 특별 집회이고 기도회이다.

이렇듯 우리는 생활 속에서 흥(興 일어날 흥 : 마음이 즐겁고 좋아서 일어나는 감정)을 기대하며 살아간다. 興이라는 글자를 살펴보면 더더욱 그 의미가 새로워진다. 興자를 파자하여 보면 땅(一) 위에 힘있게 서서(八) 서로 손(手)을 맞잡는(同) 형태이다. 서로 손을 맞잡고 맞장구를 치는 것이다. 통한다는 것이고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즐거움이다. 그래서 興은 신바람 나는 일이다.

남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업신여길 때, 우리는 흔히 “흥”하고 콧방귀를 뀐다. 상대방이 콧방귀를 뀌면 대개는 화를 내고 기분 나뻐하며 때로는 감정 싸움으로  나가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흥이 興이라고 생각해 보자.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가? 내 말을 듣고 興하라고 하니 얼마나 감사할 일인가? 좀 부족하고 대수롭지 않으니 興하여 가치 있고 더 좋은 말을 하라고 일깨워 주는 그 상대방이 고맙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한국인들은 남을 업신여길 때도 축복을 하는 멋진 사람들이다.

興의 진수는 “흥해라” 이다.  어느 경우에 쓰는 말일까? 아기가 자라 두세 살 되면 이상하게도 코를 흘리는 경우가 많다. 이때 우리의 어머니들은 “아가, 흥해”, “흥해라”라고 하였다. 코를 닦아주면서도 興하기를 바라는 우리 어머니들이 있었기에 어려운 난관을 이겨가며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경제, 문화, 과학, 체육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興해라!, 興해라! 3월이다. 새싹이 돋는 3월이다. 봄이다. 올해는 지난해의 어둡고 슬펐던 일을 딛고 그 어려웠음을 토대로 새 힘을 받아 다시 밝고 맑은 희망을 갖고 다 같이 興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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