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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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3.04.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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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過猶不及)과 반면교사(反面敎師)

술과 담배처럼 사람과 가까운 물질도 드문 것 같다. 괴롭거나 슬프거나 즐겁거나 우울할 때면 으레 찾는 게 바로 술과 담배다. 그만큼 술과 담배는 인간의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기에 최적의 그 무엇이기 때문일 것이다. 

환언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람과의 대화나 조언도 술과 담배만큼은 못하다는 증거가 아닐까.
이렇듯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위로해 주는 술과 담배지만 적당히 마시고 피울 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자 일정 선을 넘으면 반드시 탈이 나게 되어 있다.

중국의 이태백은 술을 좋아하여 패가망신했으며 유랑은 술에 방탕하여 노방에서 객사했다. 태위교위는 국가 원수로서 지나치게 술을 마시어 취한 중에 죽었고 석승(석숭)은 거대한 부자로 술에 취해 망했다. 

백제 장군 혼건은 술을 좋아하다가 고구려에 패망하였으며 통일신라 헌강왕은 적병과 교전하던 중 술에 빠져 포석정에서 패망했다. 일본 명장 역시 임진왜란 때 진주 촉석루에서 술을 먹다가 기생 논개에 의해 죽었다. 또 어사 박문수도 강원도에 갔다가 기생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마패를 기생에게 보였더니 기생은 그것을 바다에 던지는 체하고 감추어 버렸다. 그러자 박 어사는 기생에게 애걸복걸하여 겨우 마패를 되찾기도 했다. 

지난 21일 충북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가 P 의원(청주 4, 국민의힘)을 사실상의 ‘의원직 박탈’인 제명 결정을 했다. 

제명된 P 의원은 지난 달 21일부터 8박 10일 일정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을 방문하는 유럽 연수 과정에서 기내 승무원에게 양복이 구겨지지 않도록 놔달라 하질 않나 비행기 속도는 어느 정도인가 등 횡설수설했다고 알려졌다.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서는 하기 힘든 행동이다. 

여기에 K 의원(제천 2, 국민의힘)도 체코 프라하 한 호텔 금연 객실에서 담배를 피웠다가 한화 60만 원의 변상금을 물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P 의원은 술로 인생을 망치고 K 의원은 담배로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더욱이 P 의원의 경우 윤리위가 열리던 당일 “이유야 어떻든 모든 게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자세를 낮췄으면 어쩌면 제명은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동료 의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억울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자 동료 의원들마저 단죄 아닌 단죄를 하기에 이르고 만 건 아닐까.

문제는 이러한 일이 P 의원과 K 의원에게만 한정되는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발생한 일에 대해 얼마만큼 진정성 있고 참된 반성의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결정도 달라질 수 있다. 그게 사람이다. 그러나 자신과는 무관하게 발생한 일이라며 자꾸만 이러저러한 핑계를 대고 자기 합리화만 주장한다면 어느 누가 보호해 주려 하겠는가. 더욱이 불특정다수로부터 선택된 사람들일 경우에야.

작금의 시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한다. 언제 어떻게 변화가 올지 모른다는 의미일게다. 단 1초 후의 일도 예상하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좀 더 확대해석하면 그토록 믿었던 사람도 어느 순간 돌변하여 나에게 비수를 꽂으며 100% 확실하다고 믿었던 일이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흘러 없던 일로 변하는 게 사람살이다. 

우리는 이번 P·K 두 도의원의 사례를 보면서 많은걸 느끼게 된다. 첫째는 아무리 좋은 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 취해야 하며 동시에 지나치게 취하기보다는 좀 덜 취하는 게 낫다는 사실이다. 그런가 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할지라도 늘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늘 깨어 가다듬고 또 추슬려야 훗날 갑자기 찾아 올 환란에 대비하는 최상의 방책이다.

사람이 가장 쉽게 놓지는 게 자기 자신에 대한 방비 소홀과 사람을 너무 믿는다는 것이다. 분명 사람을 믿고 살아가는 게 바른 모습일진대 세상이 자꾸만 믿지 말고 불신하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자나 깨나 확인하고 또 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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