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령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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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산
  • 김병학 편집국장, 언론학박사
  • 승인 2023.04.13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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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도 ‘유분수’지

학창 시절, 특히 중·고등학교 시절에 학교폭력으로 인해 한두번쯤 직간접인 피해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름하여 ‘학교 짱’이라 불리는 문제아들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친구들을 상대로 돈을 갈취하고 시도 때도 없이 뭘 사 오라고 요구한다. 그들은 주로 사람의 발길이 뜸한 주택가 골목이나 학교 옥상 또는 공원 주변에서 암약(暗躍)을 했다. 그게 그들의 특징이다. 그들에게 있어 상대가 학생이라면 일단은 먹잇감으로 생각한다. 다만, 자신보다 힘이 세거나 우월한 위치에 있는 상대에게는 꼼짝 못 한다. 이 또한 그들의 특징이다. 그들은 100원짜리 동전에서부터 심지어 학교에 내야 할 수업료는 물론 부모님 혹시 약값마저 빼앗아 버린다. 그들에게 상대방의 사정이란 애당초 사치스러운 단어일 뿐이다. 그저 빼앗고 괴롭히는게 일상이고 삶의 목표다. 더욱이 만에 하나 자기의 말을 듣지 않고 돈을 가져오지 않거나 비위를 건드리기라도 할 경우 온갖 협박과 공갈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못 하도록 만들어 버린다. 결국 그러한 폭력과 갈취에 버티지 못한 순진한 학생은 학교를 떠나거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머나먼 비극의 길을 선택하기도 한다. 

교육부가 지난 달 26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학교 폭력으로 인한 사례가 21,625건이라고 보고했다. 하루 평균 60건 정도가 전국 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이러한 수치는 최근 2년 새 2.5배 증가한 것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더 높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어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문제는 이러한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 당사자가 불만을 가지고 불복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21,625건 가운데 90%에 이르는 19,462건에 대해 가해 학생 측에서 불복 소송을 낸 것이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우리 아이에게 뭘 근거로 전학이나 정학 등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느냐는 논리다. 이 가운데 67%가 정식으로 행정심판도 청구했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다. 동료를 때려 놓고도 오히려 억울하단다. 이게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의 태도인가. 천번 만번 무릎 꿇고 잘못을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오히려 큰소리로 행정소송을 진행하다니, 이들이야말로 얼굴만 사람의 모습이지 마음은 짐승과도 같은 ‘인면수심’ (人面獸心) 그 자체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이가 귀하지 않을까, 세상 어느 자식이 부모의 마음을 힘들게 하고 싶을까. 하지만 이러한 문제도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모두가 부모들의 잘못된 가치관에서 연유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세상 모든 잣대를 물질과 연결하려고만 하는 부모들의 입장에서 우리 아이만큼은 여느 자식 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태어나자마자 온갖 물질로 감싸기에 급급하다. 남이야 뭐라 하든 신경도 안 쓴다. 그저 내 자식만 잘 먹고 잘입히면 된다는 지극히 값싼 마음으로 치장하기에 바쁘다. 

문제는 기성세대들이야 그렇다쳐도 아직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한 어린 애들이 이러한 부모들을 답습할까 걱정이다. 분명 아이들이 생각해도 내 부모가 정상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돈을 벌고 그러한 돈으로 사회적 지위까지 얻었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만 힘을 갖는다는 모순된 논리에 집착해 있는 부모를 보고 아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세상은 늘 힘 있는 사람 위주로만 흐르는 게 아니다. 가끔은 힘없는 사람도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힘 있는 사람에게 있어 힘없는 사람이 없다면 무슨 재주로 힘을 가질 수 있겠는가. 힘있는 사람이야 소수이지만 힘없는 사람들은 다수다. 분명한 사실은 자기의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못된 버릇은 훗날 더 큰 멍에가 되어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지금도 인면수심의 인간들은 우리 주변 도처에서 암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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