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종료된 소류지는 3년 넘게 방치
“분기마다 한 번씩 점검하고 있다”
애써 심은 모가 물이 없어 타죽는 일이 발생, 농심도 모와 함께 타들어 가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4시. 본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렵사리 심어 놓은 모가 물이 없어 타 죽어 가고 있으니 이에 대한 내용을 보도해 달라”는 내용의 제보였다. 통화를 마친 취재진은 급히 옥천군 옥천읍 마암리 현지에 도착했다. 하지만 취재진의 시야에는 이렇다 할 상황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제보자가 가리키는 논 가운데 부분을 바라본 순간 ‘이건 아니다. 분명 문제가 있다’라고 판단됐다. 농부 H씨에 따르면 “모내기를 끝낸 지 며칠 되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물이 내려오지 않았다. 애타는 심정으로 옥천군에 전화를 걸어 빠른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H씨는 “물이 없어 모가 말라 죽는다면 농사는 보나 마나다. 한번 죽은 모는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그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지금은 다행히 물이 다시 내려오기 시작해 논에 물이 채워진 상태지만 이미 말라 버린 모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라며 옥천군 농정을 비난했다.
H씨 논 바로 아래쪽에 있는 논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이곳 논 주인 P씨는 “한동안 물이 내려오지 않아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도대체 옥천군은 저수지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타했다.
비슷한 시각, 옥천군 이원면 이원리 일명 ‘이원낚시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유료 낚시터로 운영이 되던 ‘서년소류지’다. 개인이 이곳 소류지 사용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 영업하던 곳이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영업 종료 3년이 넘도록 제대로 저수지 관리가 안 돼 이 저수지에서 물을 받아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옥천군의 물관리에 대해 원망 아닌 원망을 쏟아 내고 있다. 해당 저수지 아래 논과 밭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들이 돈을 들여 지하수를 개발, 스프링클러로 작물에 물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취재 결과 해당 저수지는 옥천군 환경과에서 영업허가를 내줬으며 옥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 따로 관리 따로인 셈이다.
문제는 유료 낚시터의 영업행위가 종료됐으면 업자에게 원상복구 책임을 물어야 했다. 하지만 군은 미온적인 태도로만 일관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영업활동은 3년 전에 마쳤지만, 해당 기간 동안 저수지 물을 농업용수로 뺄 수는 없다. 관계 법령에 의해 정상적으로 허가를 받아 시작한 낚시터에 대해 무작정 시설물 정비라는 이유로 물을 방류할 경우 생각지도 못한 변수로 옥천군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관계자는 “매년 분기별로 저수지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는 이해 못 할 말을 남기기도 했다.
문제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저수지 영업행위 종료 이후 낚시꾼들이 발길이 끊긴 이곳은 당시 업주가 만들어 넣은 갖가지 석조물과 좌대 등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어 과연 이곳이 저수지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낚시터 좌우로 널려 있는 좌대와 소파, 물 위에 떠다니는 일회용 돗자리, 게다가 저수지 한쪽에 만들어 놓은 기다란 석축 구조물은 곳곳에 금이 가고 깨져 있어 환경오염이라는 또 다른 문제점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저수지의 물을 논으로 빼는 배수시설이 완전히 녹이 슬어 군이 환경오염에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옥천군 환경과 관계자는 “그러잖아도 해당 소류지 정비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확정되는 대로 정비를 할 계획이다”고 했다.
한편, 옥천군 관내에는 ‘서년소류지’와 같은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88개소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