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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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향수신문’ 시리즈 ‘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113)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3.08.31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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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지친 몸으로 막 잠이 들려다가 깨서 귀찮은 마음도 들고 또 오늘밤에 잘 자야 내일 강의도 하고 또 다른 일도 감당할 텐데, 하는 부담감에 그냥 네 방에 가서 자라고 했지. 그래도 너는 막무가내로 한 번만 자겠다고 고집을 피웠지. 너의 험한 잠버릇은 익히 알고 있는 엄마는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음을 잘 알기에 다음날이 걱정되었지. 결국, 너를 네 방 가서 자라고 쫓아 보냈었지. 그런데 그 일이 그렇게 엄마 마음을 아프게 할 줄은 어찌 알았겠니? 엄마 사랑이 얼마나 그리웠으면, 엄마의 따뜻한 온기라도 얼마나 느끼고 싶었으면 그랬을까? 네가 크고 나서는 엄마하고 자고 싶다는 말 한마디도 안 하는 것을…. 내가 얼마나 매정 한 엄마였던가 하는 후회가 두고두고 지금까지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구나.

그것 말고도 또 하나…. 공부만이 살길이었고, 그래서 공부를 못하면 곧 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 같아 공부가 절박했던 시절, 대학 가는 것 말고는 돌파구도 어떤 해답도 없었던 엄마였다. 그래서 엄마는 네게도 공부는 너의 미래와 인생을 결정짓는 열쇠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장 중요한 공부를 왜 열심히 하지 않느냐고 너를 다그치곤 했지. 이제 와 생각해보니 너의 재능과 좋은 머리가 아까워서 엄마 욕심으로 너를 지나치게 몰아치곤 했던 것 같다. 그러기보다는 너의 작은 성취에도 감탄해주고 응원해주어 네 자존감과 자신감을 더 높여주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진작 깨닫지 못했던 것이 두고두고 가슴에 남아있는 또 다른 미안함이란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니 산다는 것은 좌절과 절망과 싸우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딛고 극복해가며 싸워 이기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도 싶다. 좌절과 절망 없는 삶, 평온하고 편안한 삶은 인생의 깊은 맛과 참맛이 없어 사람의 향기를 느낄 수 없다. 또 인간의 삶에서 편하고 쉽게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있더냐. 노는 것도 직업이 되면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네가 어릴 때 그리도 좋아했던 축구 야구 농구 등 스포츠도 직업 선수가 되면 어렵고 힘든 직업이란다. 원래 코미디언이나 영화배우 등이 웃고 떠들고 노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업이 되면 재미가 아닌 생계수단이 되므로 어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라니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든 생각처럼 쉬운 것은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생각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는 자만이 성취할 수 있다.

인간의 능력이 다 같을 수는 없다. 인간 개개인의 능력은 자신이 선택한 것이 아님에도 불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게 특징이다. 능력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천시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키가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듯 우리의 능력도 다르게 태어났음을 받아들이고, 그 가운데에서도 그 사람만이 가진 고유한 장점과 특징을 인정하는 긍정의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네가 좀 더 많은 장점과 능력이 있다고 하여 상대를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네가 수많은 다양한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면서 그들과 어울릴 때도 있고 경쟁할 때도 있고 스스로 도전도 하면서 네가 그린 가장 좋은 그림을 향해 갈 때, 네가 무엇을 성취하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느냐이다.

성공은 바라는 것이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너의 인격과 품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만델라는 “내가 이룩한 성공을 기준으로 하여 나를 평가하지 말라. 내가 얼마나 많이 쓰러졌고, 그리고 다시 일어섰는지로 평가해달라.”고 했다. 좌절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 쓴맛, 단맛을 본 자만이 진정한 인간으로서 향기 나는 성공을 한 것이다. 그래서 자식 세대에게 절망도 가르쳐야 한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지만, 너도 이제 어느새 부모가 되었구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하면 좋은 부모가 될 수는 있지 않겠니? 엄마 세대와는 달리 요즘은 많은 매체를 통해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부모 역할, 좋은 부모 되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들이 많이 얻을 수 있으니까. 나무가 어릴 때 좋은 땅으로 옮겨심는 것이 나무가 다 큰 다음에 옮겨심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고, 집도 처음 기초를 튼튼히 다져 짓는 것이 다 지은 다음 보수작업을 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니니? 사람도 인생의 바탕을 이루는 생의 초기에 좋은 부모가 되어 잘 키우면, 다 성장한 다음 바로잡아주려고 하기보다 쉽고, 효과적이겠지?

그렇지만 너희가 누리고 있는 눈부신 디지털 문명의 이기는 엄마 성장 시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엄마는 뛰어난 암기력으로 계산기 사용법도 모르고, 모든 계산을 암산으로 해결했고, 전화번호도 핸드폰에 저장하는 대신 평생 필요한 전화번호를 내 머릿속에 입력해서 외우고 살았다. 영어사전을 찾아 꼼꼼하게 단어장을 정리했는데, 이제는 사전도 필요 없이 핸드폰이 해결해주고, 물건 하나 사려면 아무리 바빠도 발품 팔아 시장에 가서 돈을 세어주고 샀는데 이제는 신용카드, 아니 핸드폰으로도 집에서 결제하고 물건을 사는 세상이 되지 않았니? 돈을 찾거나 송금하려면 반드시 은행에 가서 긴 줄을 서야 했는데 이젠 전화기 하나가 만능기계가 되어버린 상상 밖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너희 세대를 보며 한편으로는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너무 기계화, 자동화된 세상을 살아가는 너희 세대에 만연해지는 탈인간화(Depersonalization, dehumanization)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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