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운동할 때 수분섭취
상태바
더운 날 운동할 때 수분섭취
  • 정일규 한남대학교 스포츠과학과 명예 교수
  • 승인 2023.08.31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운 날 운동장에서 땀을 많이 흘리며 운동을 하는 중에 갑자기 심하게 어지럽고, 오한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정신이 혼미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는데 더위를 먹었다고 말합니다. 운동할 때 수분보충을 잘 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러한 일은 왜 일어나는 것인가요?”

이러한 사례는 무더운 여름철에 활동을 하는 중에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여름철 운동을 하거나 농사일 등을 할 때 땀을 많이 흘리면서 탈수가 진행되고, 이어서 체내에 열이 축적되면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열사병 증세이다. 

더운 환경에서 활동할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체온조절을 위하여 다량의 땀을 흘려서 탈수상태가 초래되는 것이다. 땀을 흘리는 결과로 혈액이 농축되어 혈액의 점성도가 매우 높아진다. 즉 혈액이 끈적끈적 진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뇌 시상하부에 있는 특별한 뇌세포들이 이를 감지하는데, 이를 갈증중추라고 한다. 이 갈증중추가 혈액의 농도가 높아진 것을 감지하면, 우리는 비로소 목이 마르다는 것을 느끼고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일 탈수가 꽤 진행되었는데도 물을 보급하지 않고 계속 운동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 탈수상태로 운동을 지속하면 혈액의 수분성분은 현저히 감소하게 되고, 혈액은 더욱 심하게 농축한다. 

만일 갈증을 참고 이 상태에서 더욱 운동이나 작업을 한다면, 열사병과 같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탈수가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인체는 더 이상의 수분손실을 막기 위해서 뇌하수체로부터 더 많은 항이뇨호르몬을 분비시킨다. 항이뇨호르몬은 콩팥에서 더 이상 뇨를 형성하지 않도록 작용하는 호르몬이다. 외부로 수분이 더 이상 손실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반응인 셈이다. 그런데 갈증을 참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더 심각한 문제는 점점 더 많은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은 땀샘을 통한 수분의 손실도 막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해서 땀 분비가 억제되면 체온을 발산시킬 수 없어서 체내에 열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체내에 열이 축적되어 체온이 어느 수준, 약 40℃ 이상 상승하게 되면 열사병이라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된다. 몸에 열이 축적되면 뇌신경이 가장 큰 영향을 입게 된다. 단백질은 열을 받으면 변성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뇌의 체온조절능력이 상실되는 상태에까지 이를 수 있다. 즉 심하면 뇌나 신경계를 이루는 단백질이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되는 치명적인 열사병이 발병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심한 혈액농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인체는 두 가지 과제에 봉착한다. 체온조절을 위한 피부혈류과 운동을 지속하기 위한 근혈류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혈액이 농축되어 피가 모자란 상황에서는 이 두 가지를 함께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러므로 만일 수분의 적절한 보충 없이 계속 운동을 수행한다면,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인체의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심장 등의 내장혈류와 뇌혈류 확보를 위해 피부혈관이 갑자기 경련성 수축을 하고 땀샘이 닫히게 된다. 과거에는 운동 중 갈증을 참아야 신체를 단련시킬 수 있다고 막연히 믿고 운동선수들의 훈련이나 경기 중 수분섭취를 금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로 인해 운동중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운동 중 수분의 섭취를 금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열사병의 위험만 가중시키는 어리석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땀을 많이 흘릴 것으로 예상되는 활동에 앞서서 적정량의 수분을 미리 섭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