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초등학교 엄선영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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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초등학교 엄선영 선생님
  • 이진솔 기자
  • 승인 2023.12.28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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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 담임 신지혜씨(왼쪽)와 6학년 담임 엄선영씨(오른쪽)
4학년 담임 신지혜씨(왼쪽)와 6학년 담임 엄선영씨(오른쪽)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들떠있는 학생들로 교실이 소란하다. 그런 아이들을 밝은 미소로 바라보는 선생님이 있다. 이원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 엄선영 씨(36)를 만났다.

꿈이 된 행복했던 기억

청주가 고향인 엄선영 씨는 청주에서 8년의 교직 생활을 보내고 2022년 이원초등학교에 왔다. “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생각해 봤어요.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 행복감을 줘요. 그 기억이 선생님이 돼야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죠. 아이들의 생활을 지켜보며 아이를 위한 수업을 준비해요. 아이들 덕분에 스스로 변화하고 성장하며 보람을 느껴요. 아이들이 벌써부터 원하는 직업을 찾는 것보다는 좋아하는 걸 도전해 보고 본인을 알아가는 게 우선이 되었으면 해요. 취미를 가질 필요도 없고 가벼운 마음으로 많은 경험을 쌓으면 좋겠어요.”

안 씨는 교직 생활을 하며 힘든 순간은 어른들에게서 온다고 덧붙였다. “하루를 공유하는 아이들과의 어려움은 대화로 풀 충분한 기회가 있어요. 반면에 어른들과 교육 활동에 대한 오해가 생기거나 생각이 다를 때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소통의 창구가 부족해요. 어려움이 생길 때 소통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상대방의 의견에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객관적인 기준으로 다시 저를 바라보려 노력해요.”

교사라는 직책을 내려놓아야 한다면,

“교사 2년 차에 다른 지역에서 저희 반으로 오게 된 지적장애 아이가 유독 기억에 남아요. 학교생활 중에 의심 증세가 보였고 친부와 마을 어른들에게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 사실을 알게 된 보호자가 아이를 포기하며 처리 과정에서 어려움과 두려움이 생겼어요. 관련 시설을 찾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끼기도 했어요. 아버님 재단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어요. 새롭게 알게 된 냉혹한 현실 속에서 선생님이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그 결정의 순간에 교사의 직책을 내려놓을 수 있는 어려움이 따를 수도 있겠다는 것까지도요. 교사의 무게를 알게 된 경험이었죠.”

매력적인 오답

엄선영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해보니까 되네요.’와 ‘그래도 해봐서 좋았어요.’ 라고 했다. “아이들은 본인이 틀릴까봐 표현을 많이 주저해요. 그럴 때마다 실수를 많이 해야 하는 시기이고 틀려도 된다고 말해요. 정답을 찾기보단 그 생각이 오답이라도 매력적인 오답을 만들어 가면 된다고 알려주고 싶어요. 아이들이 나서서 직접 해보려는 변화가 보일 때 뿌듯함을 느껴요. 항상 가지고 있는 신조들이 있어요. 저와 만나는 시간이 단 몇 초라도 언젠가는 흔적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흔적이 아이들에게 어떠한 긍정적인 변화나 울림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해요. 두 번째는 아이들도 하나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어린아이라고 하면 훈육을 하거나 가르쳐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도 사람이기 때문에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완벽하지 않으니까 상처를 받았다면 이야기해주라고 말해요. 36살의 엄선영도 13살의 아이들에게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하며 맞춰 가려 해요.”

고집이 아집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엄 씨는 때로는 고집을 부릴 줄 알더라도 아집이 되지 않도록 살고 싶다고 했다. “연차가 쌓일수록 내 것이 맞다는 순간이 생길 수 있어요. 그 틀에서 벗어나 열려있는 자세를 놓치지 않고 싶어요. 제가 가는 길에서 저만의 색을 나타낼 수 있는 중심 뼈대를 세우며 나아가고 싶어요. 시간이 지났을 때 ‘그래 이게 교사 엄선영의 색깔이지’ 하는 것들을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이곳은 지역 주민들 간의 공동 네트워크가 많아요. 이러한 네트워크가 나아가 아이들과 연결돼 하나의 공동체처럼 교육 활동으로 운영됐으면 해요. 이원면의 지역적 장점을 교사가 교육 활동에 녹여내는 것이 저희의 임무라고 생각 합니다. 이원면의 특색을 살려 교육 활동으로도 풀어갈 수 있도록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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