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 시인의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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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의 기행
  • 김묘순 충북도립대 겸임교수
  • 승인 2024.01.11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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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7일 부산 이주홍 문학관에 갔다.

당시 이곳에서 「못나도 울 엄마」라는 동화집을 샀다. 책을 사면 산 날과 기억되는 것들을 간략하게 적어놓는 나의 습관 때문에 이주홍 문학관을 방문한 연월일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기쁘다. 그때 기억이 새록이 솟아난다. 

여행을 가면 기념품을 꼭 사오는 것이 나의 버릇이다. 이러한 또 하나의 버릇이 유용하게 쓰일 때가 있다니, 반가움으로 다가온다. 스스로 기특하다고 칭찬을 해본다. 속으로 웃어보기도 한다.

「못나도 울 엄마」에서 못난 엄마는 서면 철다리 밑에서 떡장수를 하는 할머니를 말한다. 

명희는 “너는 서면 철다리 밑에서 주워 온 애”라는 말을 듣는다. 

흔히 부모님이나 주변에서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는 말을 들으며 자란 세대들이 많다. 명희도 부모님과 복자언니로부터 명희를 주워왔다고 장난삼아 하는 말을 들었다. 

명희가 학교에서 일찍 돌아온 날, 엄마는 “젖먹이 동생 은미를 보라”며 “따바우네 집, 담뱃집, 큰집, 영란네 집을 다녀올 테니 배고프면 찬장에 둔 삶은 감자를 먹”으라고 하고 밖으로 나갔다. 

“심부름을 많이 할수록 착한 사람이 된다.”는 엄마의 말을 흉내내기도 하고 학예회에 발표할 연극 대본을 외운다. 떡을 사먹으려다 재봉틀 뚜껑을 부수고 만다. 이 소리에 놀란 은미가 깨서 자장가를 불러 재운다. 은미 옆에 누워 하품을 하던 명희는 잠이 든다.

복자 언니는 학교에서 돌아와 명희와 말다툼 끝에 “너의 집에 가”라고 한다. 어머니가 ‘서면 떡장수의 딸이 아니’라고 속 시원히 말해주지 않던 어느 날 밤에 명희는 장판바닥이 미끈덕해질 때까지 울었다. 

가족 누구와도 닮은 점을 찾지 못한 명희는 서면 철다리 밑으로 엄마를 찾아 나선다. 엄마라는 떡장수 할머니는 ‘얼굴이 씨커멓고, 머리털이 헝클어지고, 외눈박이고, 코가 벌름, 입이 삐투름, 한쪽 팔이 곰배팔이며 옷에는 때가 덕지덕지 묻어’ 꿈에라도 보일까 무서웠다.   

그러나 할머니는 명희를 알고 있었고 세 살 때 지금의 복자 아버지가 데려간 자기 딸이라고 한다.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부축해 판자집으로 간 명희는 물을 구하러 이웃집에 갔다 개에게 옷자락을 물린다. 물을 구해 할머니에게 먹이며 “엄마”라고 부르며 가련하게 정이 들었다. 은미 우는 소리가 들리고 밖에 나갔던 엄마가 돌아와 “학예회 연습한다더니 은미만 울린다.”고 야단을 친다. 꿈이었다.

짧은 동화 한 편에 이러저러한 이야기들이 석류 속 알맹이처럼 매달려 있다. 이 동화는 묘사나 설명을 최소한 줄이고 사건 중심으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못나도 울 엄마」는 1969년 옥천에서 태어난 이은천 화백이 그림을 그려 더 관심이 갔던 책이었다. 

정지용은 실질적 부산지역의 연극계를 이끌어온 이주홍과 어린이 잡지 「신소년」(1923. 10~1934. 2)을 발간에 관여하였다. 「신소년」은 이주홍, 김갑제, 신명균이 편집을 정지용, 이주홍, 마해송, 윤석중이 집필하였다.

이렇게 향파 이주홍과 정지용의 인연은 이어졌었다.

7. 경상도 어학
「부산(釜山) 5」는 두 춘의 경상도 사투리를

어문학공부는 시와 산문의 낭독, 우수한 국어 구사자 배출, 국어의 국제적 품위를 높이는 데 있다.

동래여자중학교 연극부 「나비의 풍속」 대사 연습은 표준어로 진행된다. 경상도 사투리가 경상도 여학생의 입으로 아름다운 표준어로 탈태되어 나온다. 정지용은 국어말살교육이래 ‘흐뭇한 기쁨’을 얻는다. 그러나 영문과 여학생이 열심히 연습한 영어극처럼 들려 자주 웃는다.

정지용은 이발소에서 이발을 하다가 “당신은 조선말 중에 제일 어려운 경상도 어학을 어찌 그리 잘하냐?”고 이발사에게 묻는다. 이발사는 “이게 숼 합니더.”라고 대답한다. 그는 20년만에 만난 두 춘에게 “평생 낫지 못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두 춘은 “만성병이캉 고질병이캉 그렁거 아닝가?”라고 답한다. 정지용은 “자네 경상도 사투리가 한 개의 질병”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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