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내리시거든 한방 꽃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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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내리시거든 한방 꽃차를
  • 김하경 기자
  • 승인 2024.02.08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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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금란 대표(뒷줄 왼쪽)가 카페를 찾은 수강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금란 대표(뒷줄 왼쪽)가 카페를 찾은 수강생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트와 작두콩을 블렌딩한 차

덖음이라는 거 아세요?

“덖는다는 거. 저는 ‘볶다’와 ‘덖다’의 차이가 뭐냐고 손님들한테 먼저 물어봐요.” 정지용 생가를 바라보고 있는 ‘꽃차 덖는 집’의 대표 마금란(57) 씨는 1급 꽃차 소믈리에 자격증 보유자이자 직접 꽃 농사를 짓는 귀농인이다. 산골짜기에 딱 한 채 있는 집에서 전원생활을 하며 외로움을 느껴 ‘놀이터 삼아’ 찻집을 낸 마 대표는 행인들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지금의 간판이 참 마음에 든다며 말을 이었다. “지나가다 문 열고서 ‘덖는다는 게 뭐예요?’ 하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그 물음이 순수한 소통의 길이 되더라고요. 재밌어요.”

잎을 재료 본연의 순수한 수분만으로 가마솥에서 익혀내는 공정을 바로 ‘덖음’이라고 칭하는데, 마 대표는 솥의 온도와 잎의 촉감을 알기 위해 맨손으로 작업한다. 차를 덖다 보면 열기를 못 느끼기도 한다고.

차 종류만 200여 가지

대접하는 걸 좋아한다며 웃어 보이는 마금란 씨에게 세 가지 차를 꼽아 달라고 부탁했다. “추천하고 싶은 차는 쑥차예요. 가마솥에 덖을 때 공이 많이 들거든요. 가장 자신 있는 차는 백화차라고 해서 백 가지 꽃이 들어가는 차입니다. 그리고 만들기는 까다롭지만 향이 뛰어난 목련차를 제일 좋아해요.” 정성 들여 만든 꽃차는 두 번째로 우릴 때 가장 맛있어, 손님이 한 번 우려내 마신 티백을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 건넨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울특별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에서 발간한 책자 <상생상회와 함께 떠나는 제철 식재료 여행 33>에 ‘청기삼환’, ‘옥천 꽃 코디얼’ 레시피를 싣기도 했다. “몸에 좋으라고 먹고 마시는 것들이니 맛보다는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해요. 비주얼이 그 다음으로 중요하고, 맛은 세 번째.”
겸허한 발언과 달리 실제로는 더 좋은 향과 맛의 궁합을 알아내기 위해 직접 맛보고 연구하며 꽃차를 블렌딩한다. “와인이나 허브, 박하 같은 걸 넣으면 맛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해요. 저는 주로 한방 꽃차라고 해서, 한방차와 옥천에서 나는 꽃을 사용해요. 그 둘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게.” 물론 맛에 대한 본인만의 노하우는 영업 비밀이다.

차 한 잔 드릴게요

“‘옥천은 뭐로 유명할까요?’ 하고 물었더니 사람들이 냉면이라고 답하거나 ‘뭐예요?’라며 반문해서 놀란 적이 있어요. 우리 지역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그래서 옥천 명물을 설명하다가 정지용 생가로 오시면 차 한 잔 드리겠다고 했는데, 그분이 정말로 왔어요. 나중에는 친구들하고 같이 와서 수업을 들으시더라고요. 그때 너무 뿌듯했어.” 이토록 옥천 사랑이 남다른 마 대표의 목표에 대해 질문했다.

“우리 지방만의 개성 있는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해 왔어요. 앞으로도 옥천 농산물을 담은 도시락을 제작하고 케이터링(catering, 맞춤밥상)할 텐데, 올해에는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해 나눔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또 지역적 특색이 드러나는 빵을 곧 개발해서 옥천의 로컬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꽃차를 보리차, 헛개나무차, 생강나무차 마시듯 물처럼 쉽고 가볍게 음용할 수 있도록 하는 거. 제 꿈이 그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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