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왜 한쪽으로만 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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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왜 한쪽으로만 부는가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24.03.21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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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메아리에 이어서)
요즘 현대에 살면서 하루하루가 사건 사고들로 이슈가 되고 있다. 그 사건들의 파노라마에서 눈을 떼기 어려운 세상이다. 우리는 의식을 차갑게 달구지 않으면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 살면서 도저히 믿기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울분을 토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세월호 침몰 이후 3년이 바짝 다가선 3월 25일 밤, 전남 진도군 세월호의 참사 현장에는 유족 등 많은 사람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었다. 만 3일의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가 떠올랐다. 그날에 멈춰버렸던 시간이 침묵을 깨고 초침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현장에는 긴박함 속에 흐느낌의 소리로 다 젖어 너울거렸다. 그렇게 고통 같은 시간이었는데 우리 딸이 엄마에게 오고 있다고 우리 딸 이젠 집에 가자며 한 미수습자의 엄마는 탄식의 눈물을 토해냈다. 

이젠 더는 잔인한 4월이 되지 않길 바라본다. 그들이 온전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올 리 없지만 그들의 넋이라도 따뜻한 안식처로 돌아올 수 있도록 마음만이라도 진정 위로하고 싶다. 아무리 살기 어렵고 각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지만 시대의 전환기를 맞이한 우리라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어디로 나아가야 문이 보일지 판단을 잘해야 할 것 같다.

어느 작가의 말을 빌리면 그립고 아득한 것들이 모여 고요를 만든다. 고요 속에 있으면 슬픔조차도 한 장의 풍경이 된다. 그 풍경이 만드는 배경은 상처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안이 된다고 말한다. 지금도 ‘엄마 무서워요’ 마지막 남긴 그 말들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그동안 마음고생 많이 했다고 이젠 연두의 고운 봄만 생각하라고 편히 쉬라고 위로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올 4월은 유독 눈이 부시고 온 세상이 환했으면 좋겠다. 배나무 가지마다 그리움이 사무쳐 꽃이 피고 생명이 사라진 곳에 움이 텄다. 바라보는 나는 없다. 하얗게 핀 무더기 꽃이 꽃을 달고 하늘로, 하늘로 가지마다 타오른다. 실바람이 불어온다. 꽃잎이 눈발처럼 날린다. 제자리로 돌아간 꽃잎. 조롱조롱 초록 방울 맺혔다. 상처가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이다. 

2019년 삼일절은

입춘을 보낸 2월 말의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진 듯하다. 지난가을 나목이 되었던 나뭇가지들은 촉촉이 물이 오르고, 벌써 만삭의 산수유꽃망울은 서둘러 꽃피울 채비를 하고 있다.

퇴근 후 TV를 켜니 ‘6시 내 고향’에서는 서울특별시 편으로 3‧1절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가 몰랐던 독립 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찾아서’가 방영되고 있었다. 성북동 한옥마을 소개와 “남향으로 하면 바로 돌집(조선총독부)을 바라보는 게 될 터이니 차라리 볕이 좀 덜 들고 여름에 덥더라도 북향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라며 북쪽으로 향한 기와집을 지었다던,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자 ‘님의 침묵’의 저자이며 승려였던 한용운의 집 ‘심우장’이 스크린에 한 폭의 동양화처럼 그려지고 있다.

1919년 3월 1일 삼일 운동 때 우리나라는 주권을 가진 독립국임을 선언하는 문서, 최남선(崔南善)이 기초하였으며, 손병희(孫秉熙), 한용운(韓龍雲) 등 민족대표 33인의 이름으로 독립선언문이 작성되었다. 당시 경성의전에 다니던 학생대표 모임을 주도하고 학생들에게 독립선언식 참가를 종용했던 한위건에 의해 ‘독립선언문’을 낭독하게 했던 탑골공원 등이 소개되었다.
지난 2월 말, 직장 관련 일환으로 자아실현 및 고취 향상을 위한 교육과 답사 차 기관에서 실행하는 교육에 참여했다. 

답사는 천안 일대의 독립운동 관련 애국지사들 생가와 독립기념관 등이었다. 눈길 닿는 곳마다 다가올 3‧1절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거리의 커다란 화분에는 막 심은 파릇한 꽃들이 수줍은 듯 줄지어 웃고 있고, 국기 게양대마다 태극기 물결로 출렁이고 있다.

올해가 꼭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립운동의 염원들이 초지일관 들풀처럼 분분히 일어섰던 3‧1절을 맞이하여 독립기념관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독립투사들의 일대기를 기리며 추모하였다. 독립기념관 내 3관은 잘 알려져 있는 유관순 열사, 석오 이동녕 선생, 윤봉길 의사, 안중근 의사, 이상설 선생, 의병운동, 애국계몽 등등의 자주와 독립의 정신으로 지켜온 우리 민족의 뜨거운 역사와 인물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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