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안의 야생화(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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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안의 야생화(222)
  • 권순욱 수필가
  • 승인 2024.05.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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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기나무꽃

박태기나무는 예수를 은30에 팔아넘긴 ‘가룟 유다(judas lscariot)’가 목을 매 자살 한 나무라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 예수님의 열 두 제자 중, 하나인 유다는 예수님을 죽이려는 대제사들에게 은30을 받고 로마병정들에게 예수님을 지목하여 넘겼다. 

유다는 나중에 자신의 행위를 후회하며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에게 받은 은30을 도로 갖다 주고 스스로 박태기나무에 목을 맺다. 더러운 죄인이 목 맨 나무가 되었음을 부끄러워한 나머지 얼굴이 붉어졌고 흰 꽃을 피우던 나무가 붉은 자색 꽃을 피우게 되었다 해서 영어로 ‘judas tree’라 부른다. 예루살렘 옛 성을 나와 예리코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길목에 ‘배신자의 동산’이라 불리는 공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여기에 유다나무 고목 한 그루가 서 있다. 

이곳을 여행하는 순례자들은 의례히 이 나무를 바라보고 또 나무 밑으로 다가가, 나무껍질을 만져 본다. 유다가 목을 맨 나무이기 때문이다. 순례자들은 예수님이 가장 신뢰하였던 제자들 중에 한 명이 주님을 배신했다는 사실로 씁쓸한 비애에 젖기도 한다. 서양 박태기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우리나라 박태기는 중국 원산, 키 작은 꽃으로 알려진다. ‘의혹’이 꽃말이다.

자주괴불주머니

‘괴불주머니’는 세모 모양의 조그만 노리개를 말한다. 부잣집에서 옷을 짓고 남은 자투리 천을 모아 주머니로 만든 평민들의 장식품인데, 야생화 ‘괴불주머니’는 이 노리개를 닮았다하여 이름 지었다. 

청년 장편소설 ‘괴불주머니’는 윤혜숙 작가가 집필한 작품이며 한일병합, 역사의 뒤안길에 감춰진 이야기이다. 1910년 8월 22일, 창덕궁 흥복헌에서 진행되던 어전회의 중, 병풍 뒤에 숨어있던 순정효 황후가 뛰어들어 옥새를 자신의 치마 속, 괴불주머니에 감추었다. 이완용을 앞세운 친일파들이 순종에게 합병조서에 날인하라고 강요하던 순간이었다. 17세 어린 황후가 목숨 걸고 저지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친일파들에 의해 무기력하게 나라를 잃고 말았다. 이 문서에 찍힌 것은 옥새가 아니라 결재용 어새였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지만, 황후가 옥새를 감추었다는 것에 진실성을 부여하며 새로운 이야기적 상상력을 제공한다. 자주괴불주머니 꽃은 4~5월에 줄기 끝에 많은 꽃이 이삭모양으로 뭉쳐 핀다. 대롱모양의 꽃은 한 쪽은 입술처럼 갈라지고 반대쪽은 닭의 발톱처럼 생겼다. 꽃의 길이는 1.5cm 정도이고 붉은빛을 띤 보라색이다. 꽃말은 ‘비밀’이다.

장미베고니아

여섯 왕자가 서로 왕위를 사양하는 것을 보면서 죽은 부왕의 묘에서 베고니아 꽃이 피어났다. 하나가 떨어지자 그것이 그대로 자라 여러 개체가 되는 것을 본 여섯 왕자들은 이것을 부왕의 유언으로 생각하고 나라를 여섯으로 나누어 평화롭게 다스렸다는 아름다운 전설의 꽃이다.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관엽식물(나뭇잎보기 재배) 겸 관화식물(꽃보기 식물)로 ‘사랑 고백’이 꽃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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