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해야 할 이름
상태바
그리워해야 할 이름
  • 배정옥 수필가
  • 승인 2024.08.22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 장마를 건너온 
육영수생가 안 연지가
땡볕을 접어들고 궁궐같은 
고택을 삼키는 오후입니다

햇살이 초록을 튕겨 봅니다
한 호흡이 빨려들어가면서 가장 깊은 곳에 
피어있던 연꽃에서 파문이입니다

윤곽조차 알 수 없는 끈끈한 바람이 
고요를 흔듭니다
초록이 현을 켜는 잎잎 사이
생가 뜰 백목련
꽃진자리 불현듯 핀 한 송이 백목련 꽃
하늘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었던 그때 그 여름이
흩어지지 않고 고여있는 것을 봅니다
당신이란 생의 긴 목에 귀를 가져다 댑니다
제대로 동화되지못해 꽃이 되지 못했던
촛불처럼 웅성이는 것들의 
소리가 들립니다
긴 목을 쭉 빼고 영혼의 질감을 어루만지는 바람
가시가 돋친 깡마른 갈대 같은 연 대 
당신의 절규가 하늘을 향해 흩어집니다
바람에 조율된 연꽃들이 하나 둘 등을 켭니다

매미소리 끓어 넘치고 
유등처럼 불밝힌 꽃송이들
해질녘 돌아온 상그늘 걷어올리자
새털구름 점점 높아지고


옛날을 다 탕진한 연밥들
목을 길게 빼고 하늘을 향해 일제히 
트럼펫 합주를 시작하는 연지
이맘때면 
그 분의 백련같은 자태가 그립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