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넌 아직 초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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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넌 아직 초년병
  • 송지호 성신여대 명예교수
  • 승인 2024.09.26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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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취가 성공보다 행복했다' 시리즈

"손을 다쳤지만, 그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다치지 않아 그 일을 다시 할 수 있게 된 것만도 감사 해야 할 일을 너는 거꾸로 원망하고 있구나. 그 일은 기술이 요구되는 일이라 작업이 다시 손에 익혀질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지. 마음을 느긋이 하고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가다 보면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 줄 일을 너는 정해놓은 마음의 시간표로 너를 괴롭히고 있구나.


이 세상에 억울하게 장애인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장애인 올림픽에서 상상할 수 없는 기능을 발휘해 우승하는 인간승리를 보아왔으면서도 네가 그 정도 일로 너 자신을 원망하고 힘들어하다니 전혀 너답지가 않구나. 처음으로,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겸손한 마음을 가진다면 그 이전보다도 너는 훨씬 성장한 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 긴 인생에서 넌 아직 초년병인데…. 뭐가 그리 급하니? 힘내고, 앞을 보고 너답게 용기를 내거라. 약한 마음은 미래의 적이다. 오늘 새해를 맞아 훌훌 털고 새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내일엔 또 다른 태양이 떠 오르지 않니?”


“학장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제 마음이 얼마나 욕심으로 가득 찼었는지 학장님이 말씀해 주시기까지 몰랐습니다. 다시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못했던 제 모습. 부끄럽습니다. 초심을 잃고 자만스럽게 그리고 조급하게 높은 곳만 봤던 제 모습 반성하겠습니다. 살다 보면 왜 그렇게 조급해지며 스스로를 탓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만나 살게 된 엄마가 나이가 많아지시니까 또 몸이 자꾸 나빠지시니까 내가 빨리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의무감,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대학 자퇴까지 한 나이기에 그 친구들보다는 더 잘 살아야 한다, 뭐 이런 생각들이 과정 없이는 절대 얻을 수 없는 많은 일에 조급해하고 자신을 미워하며 많은 시간을 정신적으로 낭비한 것 같습니다.

학장님 새 마음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열심히 안 살았던 건 아니지만 너무 자만했고 성급했던 지난 2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 초년생답게 못하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보다 할 수 있어서 감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조급함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에 한 글자라도 더 공부하겠습니다. 학장님, 매 순간 저를 깨우치고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세월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겠지만 학장님의 많은 가르침과 교훈으로 저를 바르게 이끌어주세요. 다시 한번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너는 누구보다 영리하고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니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고 받아들이는 수용 능력이 있으니 네 말대로 잘 해나가리라고 나는 믿는다. 인생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해 어떻게 살았냐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단다. 마음을 편안히 다스리면 과정도 결과도 네 것이 될 것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


“그 한결같은 믿어주심 또 한 번 마음속에 깊이 새기겠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제 인생에서 중요한 시기임도 새기고 잊지 않겠습니다. 학장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학장님 요즘 수능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번 뵀을 때 말씀드린 대로 직장에 다시 돌아가는 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저를 다시 되돌아보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했던 공부도 하고 싶어서 수능준비를 해 보았습니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내년에는 또 다른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주방장의 성희롱이 너를 오랫동안 괴롭히고 사장마저 해결해주지 않는 상황에서 직장을 그만두는 수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잖니? 그런 동물 같은 인간들 때문에 생긴 순수한 네 마음의 상처로 남자에 대한 기피증이 다시 살아날까 걱정이다.

일단 네 마음을 추스르고 네 마음이 가는 일에 몰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네가 수능준비를 다시 해 보고 싶다니 열심히 해 보아라.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르 니 다시 공부하는 기회를 가져 보고 결과에 연연하지는 말거라.

네가 고3 공부를 다시 하는 것으로 직장에서 겪었던 나쁜 기억을 지워갈 수만 있다면 공부가 곧 치유가 되는 것이니 그것만으로도 고맙구나. 오랜 만에 잡은 책이니 공부도 재미있게 하거라.”


“학장님 오늘 수능시험 치르고 돌아왔습니다.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진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드리고 싶었는데 죄송합니다.”


“그러잖아도 궁금했는데 소식 주었구나. 네가 공들인 1년의 성과가 네 기대에 못 미친다고 그게 네 인생 전체의 성과는 아니잖니? 물론 심적으로 상심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대학 공부를 계속하려면 공부를 꾸준히 해야지 직장생활과 공부를 교대로 해서는 안 된다.

직장에 일하다 여의치 않으면 공부로 돌리고 공부를 한 일 년 해봤다가 시원찮다 싶으면 또 직장엘 다니고…. 이런 일상의 도피식의 돌려막기로는 결코 네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고 인생의 다른 길을 택해 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너의 모든 가능성을 놓고 판단해서 한 우물을 파야 한 다.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는 가운데 시간은 너를 기다려주지 않고 가고 있다는 말이다.

너의 재능과 판단력 그리고 결단력을 믿고 싶구나. 무엇을, 어떤 길을 선택하든 나는 끝내 네가 해내리라고 믿는다. 힘내거라. 그리고 다시 시작해라. 내일이 아닌 당장 오늘부터!!”


“학장님은 저를 너무 잘 아셔서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래도 올 한 해 얻은 것은 학교에 대한 후회나 미련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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