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암 기념사업회에 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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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암 기념사업회에 대한 단상(斷想)
  • 이창재기자
  • 승인 2016.11.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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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지역 출신 언론인의 귀감(龜鑑)이라 할 만한 청암 송건호 선생을 기리는 모임의 창립총회가 열린다 해서 기대 반, 설렘 반의 가슴을 안고 옥천문화원 문화교실로 향해 서둘러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먼저 도착해있던 지역신문인 ㅇ신문사 대표와 몇 사람들이 부지런히 창립총회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일사불란한 동작으로 부지런히 음향시설을 점검하고, 준비해 온 ‘청암 송건호기념사업회 창립총회’라 쓰인 유인물들을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준비해 놓았다.

한국 현대사의 오랜 세월, 자유당 정부에서부터 시작하여 서슬 퍼렇던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던 군부독재 시절 그리고 그 후 민주화의 거센 물결이 격동을 치던 시절 동안 한국 언론계에서 민주화를 외치며 언론인의 참된 본보기로 사셨다는 위대한 언론인을 기리는 자리에 그 분의 지역후배로 이렇게 서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감동이었다.

이윽고 ㅇ신문사의 대표가 사회를 맡아, 함께 자리한 내·외빈을 소개했다. 옥천군정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만 군수, 옥천군의회 최연호 의원 그리고 이 사업회에 뜻을 같이 하기로 한 지역의 인사들이 한 분씩 차례로 소개됐다.

그리고 개회선언에 이어진 국민의례에 이어 순서를 바꾸어 군정 관계로 김 군수가 축사를 하고, 그 동안 송건호 기념사업회를 진행해온 경과보고와 송건호 선생 약력 소개, 발기인 이인석 전(前) 옥천문화원장의 인사말 등 회순이 하나하나 진행됐다.

이어 발기인 이인석 임시의장이 총회회무를 진행했다. 정관(안) 승인 절차 순서에 이르자 한 조 한조 축조심의를 할 것인가, 참가한 회원들이 전체를 검토하고 수정을 가해야 할 부분만 다룰 것인가를 물었다. 참가 회원 중 누군가가 후자로 진행을 하자는 의견을 개진하고, 그중 1장 총칙 4조 사업의 1항 ‘송건호 선생의 올곧은 언론정신을 기리기 위한 사업’이라는 내용에서 ‘언론’이라는 말을 삭제하자는 의견이 들어와서 통과됐다.

그리고 잠시 이어진 침묵 후에 ㅇ신문사의 대표의 제언에 의해 임시의장이 각 장을 설명하고, 회장이 회원들의 이의제기가 없으면 원안대로 통과하자고 하여, 그러한 절차에 의해 공포하고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고, 참가한 전 회원은 박수로 통과시켰다. 드디어 임원 선출 순서가 되자 먼저 이인석 임시의장이 임원의 구성과 임기가 2년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회장 1인, 부회장 2인, 감사 2인, 사무국장 1인을 합의추대, 전 회원들이 박수로 추대했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있는 동안 이상하게 마음이 불편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 같은데, 한국 언론 민주화의 귀감이 되는 송건호 선생의 기념시업을 주도하는 단체를 만든다는 분들이 창립총회의 첫 자리에서부터 민주주의의 기본절차를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동네 작은 친목회 하나를 만드는 일에도 정관을 제정하면 한조, 한조 축조심의 하여 생각한 다음에 만드는 것이 통례인데, 또 초등학교 반장선거에도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기본 형태를 갖추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 민주주의의 양식인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그러한 기본 틀이 깨지고 있는 것을 본다는 것이 무척 심란한 생각을 갖게 했다.

또 한편드는 마음으로는 ‘최소한 이 모임을 만들고자 함께하는 분들이 그러한 형식과 절차에 얽매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서로 간에 깊은 신뢰감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최소한 그 것은 아닌 것이다.

옥천군이 사업비를 들여 송건호 생가 터 표지석을 세우고, 추후로도 생가 복원에 옥천군의 재정투입이 고려될 정도로 구체적인 계획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면 기념 사업회 구성도 옥천군민 전체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형식과 절차로 지켜져야 한다.

지역에서 언론인의 올바른 상을 정립하는 일이기에 누가 봐도 공명정대하게, 민주적인 형식과 절차에 의해 진행되어질 때 청암 송건호 선생의 유훈을 지키고 기념하는 옥천군민들의 의지가 더욱 찬란히 비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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