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칼럼
살들의 반란
상태바
향수칼럼
살들의 반란
  • 유성희옥천지역인권센터복지국장
    큰사랑요양병원
  • 승인 2017.03.09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리 비켜...” “뭐라고? 네가 나를 밀었잖아...”. “아...아...아프다고...”
요즈음 새벽 댓바람부터 내 살들의 비명소리와 자리다툼 소리에 정신이 없다.
“숨 들이마시고...하나, 두울 , 세엣...숨내쉬고...” 앞에 서 있는 트레이너는 새벽인데도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천정을 뚫고 나갈듯하다. 그 목소리에 실린 에너지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기도 하고 오기를 부리게 하기도 한다. 여전히 내 살들은 부드럽게 움직여 주지 않고 짜증이 나 있다.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잡아당겨 늘이질 않나....” “그냥 좀 놔두라고... 누르지
말고 ...”
담을 치고 자기 자리를 만들어 편하게 수 십 년 동안 곤히 잠자던 내 살들은 경계를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며 밀고 당기며 억지로 깨운 것에 대한 불평이 심했다. 오늘 하루면 끝나겠지 하며 참아 보려 했는데 아침마다 구령 소리를 들으며 깨어나야 했다.
작년에 아침마다 걷기 운동을 했다. 찬 바람이 이마를 서늘하게 하는 12월, 나는 혈관의 움츠려 듦을 느꼈다. 추운 겨울에 밖에서 하는 운동은 혈관 건강상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실내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 안에서 내가 아는 스트레칭을 몇 번 해 보니 10분도 안되어 그만두게 되었다. 간호사인 나는 기회 될 때마다 운동의 중요성을 가르치곤 하는데 실제로 내가 하려 하니 생각한 것과 달리 지속되지 않았다. 운동은 지식보다는 훈련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어디로 가서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헬스장으로 가기로 했다.
막상 헬스장을 떠올리니 그곳은 근육을 만드는 남자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들었다. 잠깐의 망설임을 떨치고 남편과 함께 등록을 했다. 값을 지불하고 운동을 시작해야 돈이 아까워서라도 열심히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운동에 열심을 내는 것은 몇 년 전부터 생긴
허리 통증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을 치료하기 위해 한방, 양방 모두 찾아다니며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치료 받을 때는 조금 좋아지다가 다시 통증이 반복되었다. 의사 선생님들은 치료와 함께 운동을 권했다.

정확히 말하면 스트레칭으로 허리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물리치료사에게 배운 스트레칭을 집에서 혼자 해보니 의지가 약해서 지속하지 못했다. 그래서 헬스장을 찾은 것이다. 아침 일찍 헬스장에 갔다. 처음 가는 낯선 곳에 남편과 함께 둘이 간다는 것이 마음에 긴장을 덜어주었다. 수영장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운동화를 신고 들어갔다.
처음 본 헬스장 안은 활기가 넘쳤다. 신나는 음악과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러닝머신 위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걷고 뛰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 사람들이 많아 놀랐다. 게다가 직장을 출근하기 전에 운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을 보고 더 놀랐다. 똑같은 일을 하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늘 스트레스 쌓이고 힘들다며 짜증스럽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부지런하게 자기관리를 하며 활기차게 아침
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존경심마저 들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 나와 달리 그들은 익숙한 몸짓으로 여러 종류의 운동기구들을 섭렵해 나갔다. 남편과 나는 운동하기 전 요가 스트레칭을 하는 곳에 갔다. 그곳에도 열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트레이너를 따라 하는 스트레칭은 쉬운 것 같
으면서도 어려웠다. 뻣뻣해서 따라주지 않는 내 살들은 비명을 지르며 저항했다.
그러나 살들을 어르고 달래며 하루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되고 두 달 즈음 되니 조금씩 몸에 변화가 왔다. 그즈음 군수님이 하루 오셔서 일일 트레이너를 해주신다고 했다. “ 이두박근과
삼두박근을 움직여서....” 군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내 살들에 각각의 이름이 불리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실제로 팔 굽혀 펴기를 수십 번 하시는데 박수가 절로 나왔다. 운동을 자기 편한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방법으로 근육을 단련시켜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말로 하는 가르침보다 실제 몸으로 하는 가르침이 훨씬 강하게 가슴에 남고 동기 부여가 된
다는 것을 알게 하시기도 했다. 삶이란 스스로 하루하루를 계획하고 가꾸어가는 것이다. 과연 나는 어떠한 인생을 살고 있었는가?

자녀들을 키우느라 열심히 앞을 향해 달려왔다. 어느 날 허리가 아파서 내 삶을 멈추어 돌아보니 내 몸의 삐그덕 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이들이 커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만 바라보다가 내 몸의 소리를 듣지 못한 나의 우매함을 깨닫고 삶의 시간표를 조절 했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내 몸에 출렁이는 살들을 단련시키기 시작 했다. 잠만 자다 반란을 일으키며 깨어난 살들은 제자리를 찾으며 힘이 생겼다. 살들은 이제 근육이 되어 간다는 설렘으로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 살들이 제 이름을 찾게 되는 그날까지 열심히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