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전수를 키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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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전수를 키우며
  • 양순원 수필가·증약초등학교 교장
  • 승인 2018.05.2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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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순원 수필가·증약초등학교 교장

“엄마, 이것 좀 봐요. 얼른 와보세요!
설거지 하다가 딸이 외치는 소리에 무슨 큰일이 났나 싶어 달려갔더니 홍콩야자에 새잎이 났다고 야단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정말 신기하게 줄기마다 작은 새잎이 여기저기 꽤 많이 돋아나 있다. 딸아이는 거실에 있는 50여 종 화분 가운데 유독 홍콩야자만을 자기 화분, 자기 분신이라며 늘 대화를 나누곤 한다. “어쩜 그리 예쁘게 잘 크니? 참 신기하다.” “오늘은 더 좋은 날이었나 보구나. 어쩜 이렇게 윤이 날까?”

딸은 나에게 이런 이야기도 해주었다.
“보통은 나뭇잎 수가 식물마다 정해져 있는데 홍콩야자나무는 손가락 모양으로 나온 잎의 수가 3, 4, 5, 6, 7, 8, 9개로 각각 달라요. 한 화분에 나온 잎의 수가 각각 가지마다 다른 개수를 달고 있어요. 그래서 다양해서 더 재미있고 예쁘고 좋은 화분이에요.”

딸이 홍콩야자 나무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자기가 약대 공부를 할 때 서울에서 외로울 때 혼자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키웠다고 했다. 시험에 떨어진 때엔 홍콩야자 화분을 보며 새 희망을 가졌다고 했다. 새잎이 나는 걸 보며 다시 용기를 가졌다고 했다. 동고동락을 같이 한 화분이며 용기를 준 식물이기에 유독 그 화분에 애착을 갖고 있다고 했다. 큰 화분에 분갈이도 해주고 물도 주며 말도 걸어주니 더욱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딸아이 덕분에 나 또한 식물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것과 말을 알아듣는다는 것과 함께 잎의 수가 다양하게 다른 식물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화분 가꾸는 취미가 있다. 내가 제일 기특해하는 화분은 금전수꽃 화분이다. 아주 작은 금전수를 화분에 심으면 제일 크게 자란다. 물을 주고 가끔 영양제를 줄 뿐인데 다른 화분 보다 유독 크게 자란 화분이 금전수이다. 약 7년가량 컸는데 가로 세로가 1.5미터x2미터 크기로 처음보다 10배 이상 자랐다.

화분을 아주 큰 대형화분에 옮겨주었더니 쑥쑥 자라 아름드리나무처럼 자라서 신기했다. 화분을 큰 화분으로 옮겨주지 않은 식물은 그 화분 크기에 맞게 더이상 자라지 못하고 적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금전수가 잘 자라면 가정에 돈이 많이 불어나고 행운이 온다고 했다. 그런 생각으로 키워서인지 유독 금전수는 제일 크게 자랐고, 작년에 흰색 꽃도 피웠다. 무슨 좋은 일이 있을까 기대를 잔뜩 했다.
그런데 막내가 몇 번의 불합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공부하더니 드디어 원하던 대학 약학과에 합격을 했다.
그래서인지 날마다 거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길이 가는 금전수가 어느 화분보다도 든든하기만 하다.

그렇다!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식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자라는 정도가 다른데 하물며 사람이야 말할 필요가 있으랴. 식물을 큰 화분에서 키우면 큰 식물이 되는 것처럼 아이들도 큰 인물로 키우기 위해 좀 더 큰 그릇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다양한 체험을 통한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고, 창의성에 역점을 두고 미래 사회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

다니엘핑크는 미래의 키워드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 6가지를 제시했다. 이것은 우리 학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시사해준다.
충북형 미래 학력보고서에 따르면 학생들의 미래 학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학교는 ‘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배우는 곳’으로 변화해야 하고, ‘관행은 줄이고 더 똑똑하게 일하기’에 힘써야 한다.

4차산업 혁명 시대가 도래하여 개인이 통근용으로 쓸 수 있는 드론, 물속에서 잠수정으로 변신하는 다목적 무인기, 서로 분리 합체가 가능한 자율주행자동차와 드론이 2030년까지 개발된다고 한다. 이렇게 눈 뜨면 산업혁명으로 하루하루 달라지는 세상에 자칫하면 소홀하기 쉬운 인성 감성교육이 더 소중하게 생각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 직업도 새롭게 인기를 끄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사랑을 받고 그 받은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길 꿈꾸어 본다.
가정에서도 자녀들이 스스로 화분 하나씩을 키우게 하면 좋겠다.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감성이 길러지도록 말이다. 5월이 다 가기 전에 꽃이 피면 함께 웃고, 꽃이 지면 함께 울어줄 수 있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자라도록 고민하며 지혜를 모아보자.

담장 따라 핀 붉은 장미가 고운 색깔과 향기로 지나가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식물이 고운 꽃을 피워 우아한 자태를 자랑하듯 아이들이 고운 마음씨로 바르고 반듯하게 자라 세상에 빛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교육에 더욱 더 큰 관심을 갖고 열정을 다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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