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옥천, 그곳은 느림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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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옥천, 그곳은 느림의 미학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09.1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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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마타리’ 한상일 대표

한상일(49) 씨는 군서면 은행리가 고향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살다가 작년 1월 15일 세종에서 고향으로 돌아왔다. 거의 30년 만의 귀환이다. 뒷산에서 밤 따먹고 소꿉장난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한 동네다. 학교 다닐 때 보았던 얼굴들이 지금도 있어서 반갑다고 했다. 그녀는 이곳에 “살러 왔다”는 말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지난 4월 오픈한 ‘마타리(군서면 은행 3길 50-1)’라는 카페의 주인으로서가 아니라 주민으로 살러왔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자연인으로서 자신의 모습만을 이야기하길 원했다. 한 씨는 부모님이 살던 집을 매입해 살림집과 카페를 건축했다.

시골 마을에 카페를 한다는 말을 듣고 가족은 물론 지인들 대부분 반대했다. 이런 곳까지 누가 찾아올까라는 걱정에서였다. 하지만 한 씨는 평소 좋아하는 커피를 내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에 모두의 반대에도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갔다. 넓은 들판과 멀리 보이는 장령산자락과 풀벌레소리 가득한 자연 안에서 파묻혀 살 수 있다는 것으로 모든 반대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루에 2~3잔만 팔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돈을 벌러 온 것이 아니라 인생 2막은 소신껏 자신의 의지대로 살고 싶어 온 것이라고. 그만큼 자연이 좋다고 했다.

조용한 밤공기와 쏟아지는 별빛과 소나무숲을 막 달려 나온 바람 소리, 비 뿌린 땅에서 올라오는 흙냄새가 도시에서 답답했던 가슴을 시원스레 만들어줄 거라고 믿었다.

그녀는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면서 9년 전 1급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평소 커피를 워낙 좋아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 심리상담 공부도 꾸준히 해왔다. 인간에 대한 이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찾아오고 그들을 맞아야 하는 입장에 있는 요즘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단다. 처음에는 심리카페를 열고 싶었지만 체력적으로 무리일 듯싶어 그냥 커피 내리고 손님을 맞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한 씨는 “시골 생활은 일거리가 생각보다 많고, 물건을 손쉽게 구입할 수 없다는 약간의 불편함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은 자연이 주는 힐링에 비하면 사소한 것”이라며 “소통되지 않는 사람들과 있으면 피곤한데 자연이 주는 기쁨은 형용키 힘들 만큼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어 “소일거리가 있고 자연이 있어 더욱 행복하다”며 “앞으로 특별한 계획 없이 지금처럼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와서야 느릿느릿한 삶이 주는 진정한 여유를 느낀다는 그녀는 “은행리는 어릴 적 보았던 모습과 똑같다. 이웃 분들과 동네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고 유년시절 살던 동네라서 더욱 푸근하게 느껴진다”고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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