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미쳐 술에 빠진 이 남자 ‘김기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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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미쳐 술에 빠진 이 남자 ‘김기엽’
  • 도복희기자
  • 승인 2019.12.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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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을전통주교육원’ 김 원장의 인생 2막
병원원무과 직원이 전통주 연구가로 변신
발효전통주 관련 ‘우리술’ 자격증만도 4개

그곳에 가니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항아리 뚜껑을 열자 입안을 자극하는 냄새가 퍼졌다. 발효실 안 항아리마다 누룩 익는 향으로 가득한 향수을전통주교육원(원장 김기엽)은 군북면 국원1길 1에 위치해 있었다. ‘수을’은 술의 옛말로 향수와 술을 연관시켜 김기엽 원장이 직접 만든 합성어다. 병원에서 행정 일을 하다 술이 좋아 10여 년 전부터 직접 전통주를 빚기 시작했다는 김 원장은 “전통주는 발효음식으로 세계 최고의 술”이라고 강조했다. 옥천은 군북면 환평리에 선산이 있어 어릴 적부터 자주 다니던 곳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계신 자리이기도 하다. 선산에 왔다가 지금의 자리를 보고 바로 매입해서 들어왔다며 결국 부모님 계신 곳 가까이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전통주를 빚고 교육시키며 살아가는 김기엽 원장의 술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군북면 국도변에 있는 곳
“주말마다 아내(김양희‧53)와 함께 안 다닌 곳이 없다. 경기도 양평, 강원도 평창, 논산, 양촌, 추부, 금산 옥천의 안내면 등 3년 동안 돌아다녔다. 지난해 한식날 선산에서 차례를 지내고 보은 방향으로 가는 길에 지나가다 지금 이 자리에 매물이 난 것을 보고 바로 결정했다. 가능하면 국도변에 인접해 있고, 영업이 가능하며 살림집과 같이 있는 평소 생각해 왔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어 두 번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며 ‘향수을전통주교육원’이 지금의 자리로 들어오게 된 연유를 설명했다. 김 원장은 “결국 부모님 곁으로 오게 되었다”며 “1년이 지난 지금도 잘한 결정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술의 종류
쌀 가공법에 따라 술 종류가 바뀐다. 죽, 범벅, 고두밥 3가지 종류에 따라 술의 종류가 나뉘어진다. 전통주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절에서 스님들이 술을 담궈 판매하다 조선시대로 오면서 술을 빚는 주체가 양반 규수들로 바뀐다.
이때부터 가양주(家釀酒 집에서 빚는 술)의 의미를 갖게 된다. 전통주란 용어는 1986년에서 1988년에 사이 생긴 것이다. 88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유치하면서 전통가옥이나 한복과 같은 전통의상은 있는데 우리 고유의 술이 빠져있어 안동소주, 경주법주, 제주도고소리술 등으로 ‘전통주’란 개념을 세우게 된다.

△집에서 담그는 술
‘가양주(家釀酒)’란 표현이 맞다. ‘음식디미방’은 경북 영양 종부인 장계향 할머니가 양반들의 음식과 술을 한글로 정리한 책으로 허준의 동의보감에 비견할 만큼 우리 음식과 술 빚는 법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책을 몇 번이나 탐독한 바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은 주세로 국세를 채우기 위해 전국 각지의 집에서 술을 빚도록 권장했다. 세금을 걷기 위한 일환으로 양조장은 신고만 하면 허가를 내주던 때가 있었다. 1965년 양곡관리법을 제정, 쌀로 술을 못 만들게 규제해 밀이나 수수, 감자 등으로 술을 빚기에 이른다. 이때 가양주는 몰래 담그는 밀주가 된다. 1995년 양곡관리법이 폐지되어,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이 허용되지만 여전히 판매는 금지된다. 10여 년 전부터 소규모주류면허가 있으면 판매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판매는 금지되어 있다. 지난해부터 지역 특산주에 한해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짐으로써 시장이 확대된 상태다.

△전통주는 발효의 미학
김기엽 원장은 귀촌하면서 수입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통주교육원을 낸 이유 중 하나다. 술을 좋아해서 10년 전 직장생활을 하면서 술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특히 발효에 관심을 가지고 맥주, 막걸리, 김치 등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다. 대전에 근무하면서 전남 곡성에 있는 전남과학대학 김치발효학과에 다닌다. 이때 효소식초 등에 관한 공부를 한다. 또한 발효로 이루어지는 전통주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전문 인력양성기관 한국 가양주 연구소에 다닌다. 지금까지 우리술 지도자 자격증, 우리술 제조관리사 자격증, 우리술 전통주 소믈리에 자격증, 우리술 증류주(Distiller Master) 자격증을 취득했다.

△전통주 보급에 총력
“전통주는 레시피만 450가지이고 그 명칭만 2000가지다. 40일 이상 걸려 만든 석탄주(삼키기 아까운 술)라는 술도 있는데 정성이 깃든 작품이다. 전통주는 살아있는 유산균을 먹는 거라 건강을 위해 좋다. 반주로 이틀만 먹으면 변이 황금색으로 변한다. 쌀 소비량이 증가함으로써 지역경제에 도움이 된다” 김기엽 원장의 우리 술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었다. 그는 몸에 좋고 정성이 깃든 전통주 보급에 힘쓰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다. 전통주 교육 문의는 043)731-0757로 하면 된다. 현재 주류 판매도 신청한 상태다. 

△국원리 늘티마을
인생 2막을 위해 자리 잡은 곳 국원리 늘티마을. 공기 좋은 건 말할 것 없고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도 적당히 있어서 생활환경이 맘에 든다. 무엇보다 동네 분들의 친절함에 감사하다. 김기엽 원장은 “옥천의 공무원 분들이 생각보다 너무 친절해서 놀랐다”며 “문의를 하러 가면 모르는 내용도 옆 사람에게 물어봐서라도 알려주려고 하는 모습에서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 전통주 교육체험 프로그램 신청을 하러 군에 들렀는데 문화관광과 직원분이 관광특산품도 신청하도록 제안 받고, 옻과 옥수수를 이용한 전통주를 만들어 출품해 관광상품으로 선정,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현재 “전통문화원에 전통주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한 상태”라며 “어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신설되면 대전, 영동, 청주 등에서 교육을 올 거라고 기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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